국내 인구의 절반이 주린이를 자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 개인적으로 체감하는 열기야 작년에 비해 덜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주식판에 뛰어들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옆 직장 동료도 개미로 살고 있고, 가족모임에서도 주식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오로지 나만 고양이 없, 아니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 하면 바보다, 누구는 얼마를 벌었다, 더 후회하기 싫으면 얼른 들어와라 등 온갖 사탕발림이 오고 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긍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개미의 수만큼 눈물 없이는 듣기 힘든 그들의 절절한 애환 서사도 늘어나고 있다. 멍들었다 퍼렇게 물들었다며 농담처럼 오고 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전설이나 신화가 아닌 현실이다. 그야말로 멘탈이 갈려나가는 순간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판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 그 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주식과 함께 보낸 10년의 애환을 가감 없이 풀어놓으면서도 결국 그 맛에 대해 논하는 책, 바로 <일희일비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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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희일비의 맛>은 직장 선배들을 따라 얼떨결에 판에 뛰어들어 어느덧 10년 차 개미가 된 저자의 주식에세이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초반에 쓰린 맛을 보고 손을 뗐다가 다시 이 판에 등판, 울고 웃은 저자의 경험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에세이'로써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듬뿍 담겨있다는 것이다. 주식서적이라고 하면 보통 방향이나 방법 같은 것을 알려주는 실용서로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가 울고 웃었던 일희일비의 순간들이 모두 담고 있다.
저자는 '저렇게 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허술한 매매에 불태우기는 쉽게 엄두 내지 못하는 소심함, 보면서도 의심이 될 정도의 판단력(작가님. 죄송합니다)을 숨김없이 이야기한다. 물론 그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빠르고 명확한 매도, 끈질기게 버텨서 잡은 기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과 추진력 역시 그 속에 담겨 있다. 주식과 함께 울고 웃는 이야기들이 그의 필력과 어우러져 재미있게 펼쳐진다.
게다가 각 잡고 쓰는 실용서가 아닌 가벼운 에세이라서 이 판과 판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타기, 불태우기, 보통주/우선주 등 주식문외한은 알 수 없는 것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 있어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일희일비의 맛>은 특정 테마를 가진 에세이답게 모든 게 그와 연관되지만 오직 그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저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옷을 살 때 기본 템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화려한 것들만 선호하는 그의 쇼핑성향이나 쇼핑메이트에 대한 철학(?),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삶, 당근마켓 중독, 직구 중독 등 소비지향적 인간의 삶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들이 주식과 연결되는 것도 제법 재미있다.
저자의 글솜씨가 어찌나 훌륭한지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 '어? 이거 해볼 만한 거 같은데?'라는 생각과 '야~ 이거 안 되겠네'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동일한 테마를 이야기하는 영상이나 도서를 봤을 때 느꼈던 나와는 다른 종족, 다른 나라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냥 내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의 이야기 같아서 그의 울고 웃음에 함께 울고 웃으며 혹하기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기도 했다. 그가 이익을 본 종목을 슬쩍 눈여겨보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역시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 그의 경험과 경험을 통해 나온 이 책이 제법 매력적이지만, 그가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해피엔딩이다만 다시 생각해도 이 주식이 대체 왜 상을 치는 건지 주주였던 나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장에서 우리는 주식을 하고 있다. - 145p
어쩌면 나는 평생 '일희일비의 맛'은 모르고 살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을 담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