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폴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오뒷세이아
- 호메로스
- 22,500원 (10%↓
1,250) - 2026-08-10
: 69,600
김헌 교수가 22년에 걸쳐 완역한 을유문화사 <오뒷세이아>는 작품 자체만큼이나 번역의 방향이 인상적인 판본이다.
가장 큰 특징은 호메로스의 문장을 오늘날의 매끄러운 한국어로 정리하기보다, 원문의 어순과 반복, 낭송의 리듬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는 점이다. 첫 문장인 “남자를 내게 말하라, 무사여”처럼 목적어가 앞에 놓이고 동사가 뒤따르는 낯선 어순도 그대로 남겨두었다. 처음에는 다소 걸리지만, 읽다 보면 그 걸림이 오히려 서사시의 박자처럼 느껴진다. 글로 읽는 동시에 누군가의 낭송을 듣는 듯한 경험을 준다.
‘횡격막’이라는 번역어 역시 이 판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기존에 지혜, 정신, 마음 등으로 옮겨지던 그리스어 ‘프레네스’를 김헌 교수는 ‘횡격막’으로 번역했다. 호메로스 시대의 인간은 횡격막을 생각과 감정, 판단과 연민이 일어나는 장소로 여겼기 때문이다. 익숙한 현대어로 바꾸면 읽기는 편해지지만, 그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인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던 방식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번역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바꾸기보다, 낯선 세계를 가능한 한 낯선 채로 독자에게 건넨다.
‘오디세이아’가 아니라 <오뒷세이아>라는 제목부터 문장의 어순, 반복되는 표현, ‘횡격막’ 같은 단어까지. 김헌 번역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메로스가 노래하던 언어의 리듬과 3천 년 전 인간의 세계관까지 함께 옮기려 한다.
<오뒷세이아>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가능한 한 원전에 가까운 감각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이 판본만의 매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