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없는 사랑이 혁명이 될 때
빈폴 2026/06/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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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워요, 투우사여
- 페드로 레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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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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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는 사랑과 혁명, 욕망과 권력을 함께 다루는 소설이다. 배경은 피노체트 독재 시기의 칠레. 그러나 이 책은 정치의 언어보다 사랑의 언어로 그 시대를 통과한다. 거대한 역사 한가운데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제목은 옛 노래의 한 구절이다. “두려워요, 투우사여.” 사랑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는 암호처럼 쓰인다. 그래서 제목은 단순한 노래 가사가 아니라, 사랑의 떨림과 정치적 위험을 동시에 품은 문장이 된다.
주인공 ‘로카’는 늙어가는 몸으로, 가진 것 없이, 응답받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사랑을 한다. 그는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을 내주고, 거절당할 줄 알면서도 식탁을 차린다. 자수 놓던 손이 위험한 상자를 만지는 이유도 거창한 신념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사랑이 있다.
페드로 레메벨은 이 위태로운 이야기를 멜로드라마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볼레로, 싸구려 자수, 화장,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말투. 자칫 가볍고 천박해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 이 소설 안에서는 오히려 가장 날카로운 감정이 된다. 사랑은 우습고, 그래서 더 처연하다. 그 우스움이 자꾸 마음을 찌른다.
소설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을 나란히 놓는다. 한쪽에는 가진 것 없이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모든 권력을 가졌으나 아무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대비를 통해 책은 조용히 묻는다.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더 인간적인 것은 아니라고.
이 사랑은 처음부터 비대칭이다. 한쪽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동안, 다른 쪽은 그를 도구로 쓴다. 응답받지 못하는 사랑이고, 상처받을 것이 분명한 사랑이다. 그런데도 책은 그 사랑을 쉽게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끝까지 내어주는 마음 안에서 혁명의 가능성을 본다.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는 일, 그것이 곧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두려워요, 투우사여』는 페드로 레메벨이 남긴 단 한 편의 장편소설이다. 한 편뿐이지만, 충분히 강렬하다. 독재와 혁명이라는 무거운 배경 속에서도 이 소설이 끝내 붙드는 것은 한 사람의 떨림이다. 다칠 줄 알면서도 다가서는 마음, 응답 없는 자리에 끝까지 식탁을 차리는 마음. 그게 사랑이라면, 우리도 한 번쯤은 로카였다.
두려워요, 투우사여.
그 떨림 하나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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