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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폴님의 서재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 18,000원 (10%1,000)
  • 2026-03-20
  • : 3,200
유현준 교수는 건축을 미적 결과물로만 보지 않는다. 공간에 담긴 질서와 권력, 문화를 읽는다. 이 책은 그 읽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교회는 한 방향으로 시선을 모은다. 긴 복도 끝에 설교자가 있고, 첨탑은 수직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신자는 앉아서 올려다본다. 절은 다르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직선이 아니라 굽은 길을 걷는다. 자연 안에 스며들고, 머물고, 비워진다. 같은 종교 공간인데도 사람을 맞이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건물 하나에 동양과 서양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도시의 길도 마찬가지다. 파리는 개선문에서 방사형으로 뻗는다. 모든 길이 중심을 향한다. 왕이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통제하려 했던 구조다. 뉴욕 맨해튼은 격자형이다. 어디가 중심이랄 것 없이 균등하다. 누구든 어디서든 출발할 수 있다. 도로 하나의 형태가 이미 그 사회의 성격을 말해준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을 하나씩 펼쳐 보인다. 길의 모양, 건물의 배치, 광장의 역할, 창문의 크기, 천장의 높이까지. 왜 유럽의 광장에는 사람이 모이고 한국의 광장은 비어 있는지, 왜 골목이 있는 동네가 살아남고 넓은 도로가 오히려 죽는지, 공간의 형태가 곧 삶의 형태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공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시대가 달라지면 쓰임도 달라진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을 넘어 누군가의 시간제 거실이 되었고,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이 되었다. 뉴욕은 비어가는 상업 시설을 주거 공간으로 바꾸려 한다. 살아남는 공간은 결국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공간이다. 도시도 생명체와 다르지 않다.
1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은 그 시선을 오늘로 가져온다. 경의선 숲길에 사람들이 왜 모이는지,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것이 SNS를 통해 어떻게 확산되는지까지 함께 읽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래된 책의 개정판이라기보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공간을 다시 읽게 하는 책에 가깝다.
건축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 매일 건물 사이를 걷는 사람이라면 충분하다. 읽고 나면 출근길의 풍경이 달라진다. 그게 이 책의 힘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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