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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yeffy님의 서재
  • 2666
  • 로베르토 볼라뇨
  • 59,940원 (10%3,330)
  • 2023-10-10
  • : 4,213
이 책의 중심 소재는 산타테레사의 여성 살해다.
단순히 살해라 말하기 어렵고 여성 살해라 하는 이유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권력욕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이 성역할에 대한 시각이 굉장히 불편한 이유는 오로지 남성 중심의 일방적 폭력이기에 선과 악의 대립구조가 이미 기울어져 있음을 폭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볼라뇨가 작품을 통해 고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부조리한 권력의 위계질서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는 사회 전반에 대한 무지의 악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2666에 실려 있는 모든 작품은 분명 분노스럽고 처참하고 말도 안되는 플롯을 구성하고 있으나 뒷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새 반감 만큼이나 부풀어 오르고, 책장을 덮고 난 후엔 이 열린 결말은 도대체 나보고 어떤 해석을 내놓으라는 건지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평행이론처럼 세계 양차대전과 홀로코스트와 같은 무겁고 잔혹했던 사건들이 미국과 멕시코의 갈등으로 빗대어 고스란히 이어지고, 100명이 넘는 여성들을 살해 함으로써 그 사건 현장을 독자들에게 가감없이 보여주어 현대판 자본주의를 비판하게 만든다.

2666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부는 모두 멕시코 북부국경지대에서 벌어진 여자살해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1부, '비평가들에 관하여'는 전 세계 학회를 돌아다니며 중요 작가와 작품들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유럽 학계와 문학 비평에 대한 사회고발이다. 허울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인간의식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들이 얼마나 가식적이며 공허한 것인지 말하고 있다.

2부, '아말피타노에 관하여'는 산타테레사에서 벌어진 여성 혐오 살해 사건으로 작품을 읽는 내내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3부, '페이트에 관하여'는 권투경기 취재하기 위해 산타테레사로 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기자, 오스카 페이트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는 권투경기는 안중에 없고 멕시코 국경 근처 이 곳 산타테레사에서 일어나는 여성 혐오 살해 범죄 사건에 빠져들어 직접 조사하던 중 아말피타노의 딸 로사를 만나게 된다.

4부, '범죄에 관하여'는 다양한 형태의 살해 장면들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넘치는데 '산타테레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108명의 젊은 여성 살해 사건을 하나하나 모조리 드러낸다. 볼라뇨는 이 작품을 통해 악마를 보여주고 있다. 그 악마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거대한 그림자로 부정 부패를 상징하며 모든 산타테레사의 시민들을 잠재적 살인동조자들로 만들어 버린다.

5부, '아르킴볼디에 관하여'는 한스 라이터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유대인 작가 보리스 안스키의 일기를 발견한 후 작가가 되기를 결심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이름을 베노 폰 아르킴볼디로 바꾼다. 또한 이 부분에서 보이는 독특한 플롯 구성은 1부의 아르킴볼디 학자들이 밝히지 못했던 자료들을 통해 아르킴볼디의 생애를 재구성한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으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고 뒷부분에서 드러나는 사실들도 결말에 큰 힘을 보태지는 못하는 구성이다.

즉, 아르킴볼디가 여성 살해범인으로 기소된 조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멕시코로 떠나는 것으로 끝이 난다.
2666은 폭력과 악에 대한 고발, 혐오와 차별에 대한 분노와 응징 등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독자의 판단을 기다린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지만, 다 읽고 나면 하나의 주제만 떠오른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잣대가 이 사회에 통용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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