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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님의 서재
  • 사랑과 안정
  • 안희제
  • 18,900원 (10%1,050)
  • 2026-08-21
  • : 4,330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던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 하나둘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아, 나도 결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복잡 미묘한 감정이 몰려왔다. ‘이거 혹시 의무감 아닌가? 남들 다 하니까 따라 하고 싶은 건가? 나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 걸까?’

병원에서 일하며 생사의 기로에서 연명의료를 고민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자주 접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아무리 서로 사랑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했더라도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결정권도 갖지 못하는 관계를 목격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결정의 순간 앞에서 그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모습들.

그렇기에 나는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법적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결혼의 존재하는 이유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점은, 내가 그토록 필요하다고 느꼈던 ‘법적 관계’가 누군가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이자 구속이라는 심리적 저항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 사랑해서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지금, 결혼이 경제적·사회적·심리적·제도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인 《사랑과 안정》이 더욱 깊게 와닿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각자의 가정 환경이나 가치관, 지향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여기, 그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선뜻 총대를 메고 나선 이가 있다. 저자는 9명의 목소리를 통해 결혼의 세세한 결들을 하나씩 포착해 내며 우리에게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을 꿈꾸던 이든, 별 생각이 없던 이든 책을 덮고 나면 생각이 더 복잡해질 것이다. 과연 내가 정말 결혼을 원하는지부터 시작해, 내가 꿈꾸는 관계의 모습, 그리고 여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임신·출산·육아의 현실적인 고민까지.

평생 고민해도 명확한 끝은 없을 질문들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그 고민의 첫 문을 열어주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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