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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님의 서재
  • 나를 갈라 나를 꺼내기
  • 하미나
  • 18,000원 (10%1,000)
  • 2025-11-20
  • : 11,060
나는 여성이지만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란 단어에 대해 그리 가깝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내 주위 사람들이 그 단어들에 대해 드러내는 거부감을 일상에서 느낄 때면 오히려 애써 생각하지 않거나, 멀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개인적 경험, 과학사와 여성의 역사가 교차되며 서술되는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바라보던 세계에 균열을 만들고 틈을 벌린다. 여성에 대한 교묘한 차별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배제의 역사는 그동안 내 몸에 체화되어 익숙하게 느끼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낯설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면 딱딱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글 자체는 오히려 아름답다. 여러 주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울뿐더러 잘 읽힌다.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과학책?, 인문학 책이라고 해야 할지. 장르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순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세계와 닿아있고 세계를 다시 알아가는 일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페미니즘과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정의하기엔 아직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지 않은가? 내 정체성에 대한 혼란 속에 서있다. 저자는 ’좋은 글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속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동안의 내 좁은 생각에 찍는 마침표이자 나를 새로운 길로 인도할 시작점이다. 내 진짜 감정, 진짜 내 모습, 진짜 내 생각,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더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 있게 한다.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라는 고민과 함께.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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