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그 바다의 마지막 새>
h0mepr0tector 2025/11/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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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바다의 마지막 새
- 시빌 그랭베르
- 15,120원 (10%↓
840) - 2025-11-05
: 1,170
”그는 어떤 검은 형체가 바닷속에서 자기네 가까이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몸을 숙여 그 형체를 잡았다. 큰바다쇠오리였다.“
죽은 큰바다쇠오리를 구해 파리의 박물관에 박제로 만들 생각이었던 오귀스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살아 있는 큰바다쇠오리를 잡게 된 것. 절망에 빠져 곧 죽을 줄 알았던 이 새는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인간들 사이에서도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덧 오귀스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가 되어가기 시작하는 이 새의 이름은 ‘프로스프’이다. 둘의 첫 눈맞춤, 첫 산책, 첫 포옹, 첫 이사, 첫 여행,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별까지를 그리는 이 책의 모든 장면,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
“선생님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치가 있을 수 있어요. 자연사 박물관 말고도 선생님의 새를 탐하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새와 친해지며 겪는 다정한 순간들도 잠시, 큰바다쇠오리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소문은 큰바다쇠오리의 기름, 뼈, 가죽, 고기까지 모든 부분을 탐하는 인간들의 욕심에 더욱 불을 붙인다.
사실 오귀스트와 프로스프가 만난 1800년대 초반은 멸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널리 퍼지지 않은 때였다. 동물은 그저 팔거나, 잡아먹거나, 일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 속에서 프로스프를 지키고 멸종을 막기 위해 다른 큰바다쇠오리를 찾아 다니는 오귀스트와 프로스프의 여정이 펼쳐진다.
“만약 어느 날 이 새가 사라진다면 무언가 아주 슬픈 일이 벌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의 어떤 부분이 사라질 것이고, 가혹한 생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사라질 것이었다.”
이 책은 동물의 멸종에 일조하는 인간들과 그 앞에서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오귀스트가 프로스프를 만나며 겪는 변화와 갈등을 담담히 그려낸다. 멸종하는 동물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마지막 한 동물의 죽음으로 한 세계가 사라진다는 것의 감각 앞에서 바다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것 같은 감동, 슬픔이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모든 게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결국엔 슬프게, 음울하게, 까닭없이, 난폭하게 종말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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