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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하의 번역 비판
  • qualia  2009-09-05 08:13  좋아요  l (1)
  • 이덕하 님, 오랜 만입니다. 안녕하신지요. 이덕하 님의 번역 비판글을 보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동안 선생께서 보여주신 다방면의 날카로운 번역비판은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더랬습니다. 이 점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류가 다소 보이기에 지적하고자 합니다. 즉, 글 첫머리 부분의 “incommensurable”은 토머스 쿤(Thomas S. Kuhn)의 문맥에서는 “엄청나게 다른”(김명자 선생 번역)도 아니고, “같은 척도로 비교할 수 없는”(이덕하 님 번역안)도 아닙니다. 물론 두 분의 번역도 넓은 의미의 의역의 견지에서는 큰 오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incommensurable”은 1962년 이 용어와 개념을 처음으로 과학철학에 도입한 파울 파이어아벤트(Paul Feyerabend)와 토머스 쿤의 문맥에서는 〈통약불가능한〉 혹은 〈불가통약적인〉으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개념어입니다. 이미 과학철학계에서도 그렇게 통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incommensurability”은 “동일 표준상 비교 불능성”(김명자 선생 번역)과 같이 번잡하게 번역하기보다는 널리들 통용하고 있는 〈통약불가능성〉 혹은 〈불가통약성〉으로 번역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입니다. 즉 정확성과 일관성과 간결성을 기해서 번역해줘야겠죠.

    이 개념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학문적으로는 그다지 정확한 설명이 아니지만, 그러나 기본 착상에서는 동일하달 수 있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 가능한 설명으로서) 우리가 초중고 시절 수학에서 배운 “약분”이나 “약수”(a measure, a divisor) 그리고 “공약수”(common measure) 개념을 떠올리면 될 것입니다. 이들 개념을 머리 속에 두고 아래에 인용한 《스탠퍼드 철학백과사전》에 나오는 「과학 이론에서의 통약불가능성 The Incommensurability of Scientific Theories」 첫머리 부분을 읽어본다면, 우리는 문제의 개념을 어느 정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incommensurable”은 어원상으로 [in- (= not) + com- (= together; common) + mensura- (= measure) + able]로 분석할 수 있겠죠.

    The term ‘incommensurable’ means ‘no common measure’, having its origins in Ancient Greek mathematics, where it meant no common measure between magnitudes. For example, there is no common measure between the length of the leg and the length of the hypotenuse of an isosceles, right triangle. Such incommensurable relations are represented by irrational numbers. The metaphorical application of this mathematical notion specifically to the relation between successive scientific theories became controversial in 1962 after it was popularised by two influential philosophers of science: Thomas Kuhn and Paul Feyerabend.

    출처: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http://plato.stanford.edu/entries/incommensurability

    (2009. 09. 05. 토요일. 맑음. 아침 06시 49분 올림)
  • 이덕하  2009-09-05 10:56  좋아요  l (1)
  • "통약불가능성" 또는 "불가통약성"이 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번역어라면 그것으로 통일하여 쓰는 것에는 반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번역이나 김명자 씨의 번역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영한 사전에 따르면 commensurable은 "같은 단위로 잴 수 있는"과 "약분할 수 있는"을 뜻합니다. 어원으로 따지면 "약분할 수 있는"이 더 먼저일지 모르겠지만 쿤은 "같은 단위로 잴 수 있는"이라는 의미를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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