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십이국기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은 공포소설로 분류될 것이다. 반 아이들에게 금기시 되는 소년 다카사토, 그 소년을 건드린 자들에 대한 '저주', 그리고 이 소년에게 공감을 느끼고 보호하는 교생 히로세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봤었던 영화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만약 십이국기를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힌트들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을 것이고, 당연히 결말에 와서는 당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다카사토가 행방불명되었던 1년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를 보호하는 존재들은 무엇이며, 중간에만 등장하는 여인은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등, 오직 십이국기를 읽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넘쳐난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히로세이다. 다카사토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이상향을 고향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누구나 한번쯤 내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는가? 이런 히로세가 다카사토를 보호하는 동시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1편인 '십이국기 -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를 읽고 본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게 0편(1편이 아니다!)이라는 이유로 먼저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