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로맨스미스터리
tlsfn 2026/07/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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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 다카야마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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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 - 2026-07-01
: 940
고1 시야는 어느 날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의 시체를 안전하게 구해준 선행의 대가로 자신의 남은 수명(=여명)을 알게 된다.
여명을 알려준 이는 사신 미나모토.
그리고 바로 그날 자신도 여명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가에데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둘은 여명동지로서 함께 일상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가에데의 집에 도둑이 들게 되고, 가에데는 도둑이 가져간 서류봉투를 되찾고 싶다며 시야에게 도둑을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도둑은 햄스터 일러스트가 그려진 쪽지를 두고 사라졌고, 둘은 탐문을 시작하는데.
과연 도둑을 잡아 서류봉투를 되찾고, 둘은 남은 여명을 평안히 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선행의 대가로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된 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깊이 들어가 이들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풀어내본다면,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된 이들이 찾아낸 삶의 의미와 죽음의 수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야는 처음 잔존 수명을 알게 된 후 가에데에게 수명을 전부 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나 욕망, 미련 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에데가 도둑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남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의미 있게 보내려 하기보다는 가에데의 부탁을 들어주며 가에데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려 한다.
그러나 가에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신이 놓지 못하고 있던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동경하던 작가와 만남을 가진 이후에는 가에데에게 자신의 새로운 소설을 꼭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글짓기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이렇게 시야는 처음과 달리 점차 삶에 대한 의미를 느끼게 되고, 가에데 없이 남은 수명을 살아가고 싶지 않음을 느끼며, 자신의 여명을 가에데와 나눠 함께 한날한시에 죽고자 할 정도로 확실한 변화를 보여준다.
자, 그러면 가에데는 어떨까.
가에데는 시야보다 적은 여명을 가졌고, 시야보다 먼저 자신의 여명을 알았다.
또 시야는 어릴 적 학교폭력의 피해로 마음이 많이 무감해진 편이라면, 가에데는 외동딸이지만 부모의 무관심 속에 홀로 외롭게 살아온 편이다.
외로움을 아는 가에데는 여명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또 시야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어떤 마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까.
이 부분에 대한 소감은 앞으로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해 공란으로 남겨두는게 좋을 것 같다. 아마 감성이 풍부한 분이라면 손수건을 미리 준비해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책 표지에는 파랗고 맑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여름의 따뜻하고 만물이 생장하는 열기를 느끼게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의 윤슬과 하늘의 알록달록 무지개가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앞을 향해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무언가 희망찬 내일이 있을 것 같은 밝은 느낌을 주는데, 이 모든 장면이 제목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은 서로의 여명을 나눠 주어진 운명의 순간을 바꾸고, 남은 여명을 함께 계획한 두 사람.
그저 하루하루, 폭력 트라우마로 자신이 좋아했던 글짓기도 포기한 채 살아가던 시야가, 커다란 집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던 가에데가, 남은 생을 뜨겁게 태우며 다른 이들의 마음에 남겨질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 우리에게 또 다른 '여명(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일본에서는 《두 사람의 여명—네게 남은 수명은 1년, 내게 남은 수명은 2년—》으로 출간된 것 같은데(작가 소개란 참고), 우리나라에서 나온 《가장 뜨거운 여름에 우리는 죽기로 했다》 제목이 시야와 가에데를 더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좋은 책을 읽게 돼서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책 속에 나오는 또 다른 여명자(가쓰타)의 마지막을 좋아하는데, 자신의 끝을 알게 되자 남은 삶을 온전히 자신의 열정으로 미련 없이 불태우고 가는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안전하고 평이한 삶만을 사느라 주식투자도 못하는 패기 없는 이런 사람은, 누군가가 던져주는 이러한 삶에 대한 열정의 티끌만으로도 가슴에 온기를 품는지라 이런 작품은 아주 소중하다.
가쓰타 씨 덕분에, 시야 덕분에, 가에데 덕분에 다시 내 안에 따스함이 생겨나 당분간은 또 힘차게 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여명 따위 알지 못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살아갈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파이팅!
💬 가제본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으며, 이후에 도서를 직접 구매한 사람의 리뷰입니다.
"마세키 씨. 남의 작품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저는 매일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어요. 어느 정도의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지금은 완성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어요."
시야의 여명은 앞으로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날까지 계속 쓸 거예요. 어떤 작가와 약속했거든요. 그 작가가 여기 감독님과 똑같은 말을 했어요. 혼자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소설이든 영화든 마찬가지예요. 작품을 만들다 보면 뜻대로 안 될 때도 있고 몸이 아프거나 자금이 부족할 때도 있죠. 그런 제약이 있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동료와 함께라면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어요. 창작이란 다 같이 울고 또 웃는 과정이니까요."
시야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P255
"너에게는 사무라이가 생전에 품었던 꿈이었구나."
"죽어서도 꿈은 남는다. 옛날엔 백성이 사무라이가 되기란 불가능했지만 요즘 세계에서는 자신이 원한다면 뭐든 될 수 있다. 만에 하나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누구든 꿈을 향해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지. 다리를 들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면 발자국이 남는다. 꿈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미나모토가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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