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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sfn님의 서재
  • 붕어빵이 되고 싶어
  • 리러하
  • 15,300원 (10%850)
  • 2025-07-17
  • : 213
똑똑, 부스러기가 찾아왔습니다.
합체, 하시겠습니까?

이 책은 우스갯소리로 소비되던 ‘신이 나를 만든다면?‘ 콘텐츠가 딱 생각나는 이야기다.



각 챕터마다 등장인물들은 신이 자기를 빚다가 흘리거나 미처 다 넣지 못한 조각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합체를 할지, 둘 중 하나만 살기로 할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서로 모르는 척 헤어져서 살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신을 ‘붕어빵 장수‘로, 신이 빚은 인간을 ‘붕어빵‘으로 표현한 부분이 매우 재밌다. 특히 어떤 붕어빵에는 팥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굽다가 팥소가 삐져나와 빠지게 되기도 하고, 어떤 붕어빵은 소를 덜 넣거나, 또 덜 굽거나 해서 약간 부족한 상태로 출하하게 되어 때때로 ˝너는 엄마 뱃속에 결단력을 두고 나왔구나.˝ 하는 등의 말을 듣게 만드는 인간도 생긴다는 배경이 재밌었다. 뭔가 정말로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이 좀 더 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붕어빵 장수(a.k.a. 창조주)가 급하게 이동을 했는지, 어디에 기계를 부딪쳤는지 아무튼 붕어빵 기계에서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나와 쿠키런 대탈출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고, 부스러기(a.k.a. 팥소)들은 자기의 본체(?) 붕어빵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기와 똑닮은 팥소와 대면하게 된 붕어빵 본체들은 갈등을 겪기 시작하는데...



원래 한 몸이었던 나의 붕어빵. 그리고 그 붕어빵들이 사는 세계 속에 떨어져 버린 팥소들.



이들의 만남이 각 챕터마다 다르게 펼쳐지면서 꽤 다양하고 재밌으면서 심오한 결말들을 이루게 된다.



당신이 팥소라면 붕어빵을 찾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부스러기지만 닮은 꼴 인간으로 새 인생을 살 것인가? (원래는 같은 붕어빵 출신(?)인지라 형태는 기존 붕어빵과 닮을 수 있다고 함.)



이야기 속에 나오는 붕어빵들은 각기 생각을 흘리고 나오거나, 결단력이 빠져있거나, 용기가 없거나, 만족을 못 하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실 팥소 없이도 그동안 잘 살아온 인생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너의 결단력이야! 그러니 나와 합쳐! 이런 말을 하는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데... 요즘 같은 세상이면 딥페이크로 만든 가면을 쓰고 나타난 사이비가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되겠지만, 책 속 사람들은 다들 착하게도(?) 팥소들의 이야기를 잘 믿어준다. 그리고 고민한다. 저 팥소와 합치면 나는 좀 더 나은 내가 될까? 완벽한 인간이 될까?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게 될까? 같은 고민들 말이다.



이 책은 이 부분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누구다 다 자신의 이상을 완벽하게 실현하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부터도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고, 이상적인 인간상과 다르게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너의 부족함을 채워주겠단 존재가 나타나고, 심지어 원래는 처음부터 하나였으면 부족할 필요가 없었던 존재였다고 말한다면 꽤 유혹적이지 않을까. 눈 딱 감고 얘랑 합체해서 내가 바라던 나의 모습대로, 또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겠노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의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스스로의 인생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불필요한 합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또 합체 이후에 인격을 뺏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필요 없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팥소들도 이제 진짜 몸체가 생기는 건데다가, 기존 몸체에는 아주 중요한 팥소가 빠졌으니, 팥소인 스스로가 더 중요한 존재로 몸을 지배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붕어빵과 팥소의 갈등은 필수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먹여야 한다. 볼따구니를 먹을 것으로 꽉 채우자. 아이들은 자신이 먹은 것을 토대로 무엇이든 될 것이다.
- 에필로그에서



에필로그에 나온 이 문장이 마음에 오래 담겼다.



각 챕터 속 인물들은 각자 자기가 바라던 대로 선택을 하고 결과를 맞이하였지만, 나는 에필로그에서 주연 씨가 말한 저 문장이 작가가 주연 씨 마음을 빌어 표현하는 이 책의 중심 문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연 씨는 프롤로그에서 자기 자녀의 소꿉친구 모습을 한 팥소를 만나 붕어빵-팥소의 관계를 알게 된 후부터 팥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챕터마다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용기가 없이 태어나든, 결단력이 부족하게 태어나든 자라면서 ‘자신이 먹은 것을 토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여기서 ‘먹다‘가 단순 음식만을 취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여러 ‘장소‘를 다니며, 다양한 ‘생각‘을 하는 등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일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바라는 스스로의 모습이 있을지라도, 살아온 자신의 삶의 궤적을 인정하고, 설사 흑역사일지라도 그 모든 것이 나를 이루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스스로가 닿고 싶은 이상향으로 갈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한다.



이 팥소들의 짧은 여정이 나에게 준 교훈은, ‘지금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것. 비록 흑역사도 많고 지금의 삶도 하루하루 한숨이 나오는 고단함 일색이지만, 여태 내가 걸어온 순간들이 만든 지금의 나를 믿고, 사랑하며 내일은 어떻게 걸어갈지 생각하며 살아가자,라는 것.



오늘도 나에게 팥소들(엄청 많은 것을 흘렸거나, 부족했을 거라 생각...)이 찾아오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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