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짜경제는 혁명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오해하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 당연히 공짜에는 항상 숨겨진 속임수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용료를 내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것은 공짜라고 할 수 없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공짜는 전적으로 광고에 의한 것이기에 그것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으며, 필연적으로 늘어나는 광고를 소비해야 공짜가 가능하니 짜증나는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그 예가 개인의 정보 제공으로 인한 사생활 보호가 안 된다는 것이다. 공짜에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가? 공짜는 혁신과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무엇인가를 공짜로 이용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가 해양 자원의 고갈, 불결한 공중 화장실, 지구온난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이것은 공짜가 아니라 엄청난 비용의 발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짜가 해적 행위를 부추긴다. 공짜가 공짜를 당연시 여기는 세대를 양산한다. 공짜와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이는 공정하지도 못하고 자본주의라고 할 수도 없다.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가 보이지는 않지만 비용을 지불하니까 공짜가 가능하고 쓸모가 있다. 공짜 때문에 프로들이 자리를 못 잡고 아마추어들이 그 자리를 메우면 그 결과로 질적 저하가 불 보듯 뻔하다.
위의 내용에 대해서 동의하는 항목이 있다면, 그 수가 많을수록 이미 혁명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에 대해서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비트 경제는 생산과 유통 및 소비에 소요되는 비용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이때, "정보는 공짜이길 원하다"는 표현이 디지털 시대를 규정할 만큼 이 시대를 향유하는 세대나 사람들에게는 체질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말이다. 공짜가 만연한 시대에 공짜와 경쟁해서 살아남고 성장해야 하는 절대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고민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무료인 '공짜'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는 다른 모든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것을 이제야 새롭게 인식한다면 이미 늦어버린 게임이다. 책을 보면서 내내 불편했던 것이 이것이다. 책을 통해서 현재와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를 돌이켜보고서야 깨달았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었다. 한편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작은 변화들을 미리 감지하고 미래를 개척하며 살아야 한다는 희망도 갖게 되었으니 이 책은 '병 주고 약 주고'한 셈이다. 주변을 보니 대부분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 아직 우리 사회는 이 거대한 물결의 파고가 세차게 몰려들고 있음에도 잘 인식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해서 서평을 하며 이 책을 권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책의 내용도 꽤 괜찮았지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자료의 방대함에 우선 놀랐다. '공짜'라는 키워드로 이렇듯 많은 내용을 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신선했을 뿐 아니라, 그 질도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서구가 가지는 축적된 지식이 못내 부러웠다. 1부에서는 '공짜'를 분류해서 그 내용을 정리하고, 공짜의 역사와 공짜의 심리-이것은 우리도 심리 전문가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를 워밍업 하듯이 풀어냈다. 별거 아닌데도 신선했고 2부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공짜 경제를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였는데, 오늘날 우리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 가지 기술로 정보처리 기술, 저장 기술, 그리고 전송 기술을 제시하며, 이 세 가지 기술 모두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해지고 또 이미 저렴해졌음을 밝히고 있다. 유명한 '무어의 법칙'-반도체 칩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하고 있다는-을 예로 들면서 '무어'가 간파했던 정보처리 기술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느린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가운데 가장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것은 전송 기술이다. 광섬유를 통해 데이터가 전송되는 속도는 9개월마다 두 배로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웹과 관련된 교훈을 끄집어내어 '공짜'의 경제를 대변하고 있다. 매년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언젠가 '0'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짜' 경제와 '공짜' 비즈니스 모델의 윤곽이 잡혀가는가? 따라서 '공짜' 가격을 예상하지 않은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공짜를 무기로 한 경쟁에 격렬하게 맞닥드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에 근거한 선택이라는 가정에 기초하여 세워지고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희소성과 풍요함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음을 저자는 예리하게 파악하고 '풍요함'의 근원과 현상과 그에 적응하는 삶의 태도를 주장하며 독자를 설득한다. '풍요의 경제학'에서는 풍요함을 누가 잘 낭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삶의 패러다임 자체를 과감하게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이것 역시 이미 많이 진전된 모습을 보이는 세대와 비즈니스의 모델들이 있으며, 그 한발 앞섬으로 인하여 세계적인 기업들이 된 사례를 여럿 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저자가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기업 중 하나는 '구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렇듯 새로운 현상과 디지털 '비트 경제'의 '풍요함의 법칙'을 적응하지 못해 밀려나고 있는 '원자' 세계의 기업들의 반응도 전하고 있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5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수용할 수밖에 없는 모습들은 애처롭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대다수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씁쓸하게나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안 그러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을 밀려서 할 것인가? 적극적으로 '공짜'에 대응하며 기존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책 중간 중간 팁으로 내용과 관련된 공짜 전략의 사례들을 14가지 싣고 있다. 재미있고 간략한 설명과 도표 등이 있어서 이해가 쉽다. 공짜의 규칙과 '공짜'의 전략에서 실제 수익을 발생시키는 '프리미엄' 전술과 50가지 공짜 비즈니스 모델을 서술한 부록도 읽을만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마무리로서의 백미는 서평의 앞부분에 적은 각각의 내용들에 대해 세밀하고 조목조목 비판과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하나의 장으로는 많다 싶을 만큼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공짜'를 오해하고 있는 독자들을 집요하게 설득하고 있다. 마치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 것을 모르고 그 길을 따라 가고 있는 사람을 적극 말리는 것처럼, 이미 300페이지 넘게 설명한 것들에 더해서 새로운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제지하고 있다. '공짜'를 염두에 두지 않는 '원자'적인 비즈니스는 낭떠러지라고 저자가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저자가 적극 만류하고 있으니 마지못해서라도 듣는 척이라도 해보자. '공짜'가 제공하는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무엇이 앞으로 더 저렴해질 것이지 찾아내고,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무엇이 더 가치 있어질 것이지 연구하여 그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이 사회와 비즈니스의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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