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음식의 문명사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는다
이 책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음식을 통한 인류의 문명사이다. 그렇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방대한 사료에 근거한 여러 지역의 음식과 관련한 역사를 그린 대서사시 같은 느낌의 책이며, 인류 문명기의 이야기에서부터 현대를 포함한 지금의 지구적 상황까지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방대한 이야기 주머니이다. 책 내용을 떠나 이런 엄청난 지식과 정보의 축적이 이 책을 만들 수 있는 기본 토양이 된다는 점에서 서양이 가지고 있는 지적 역량에 일단 부러움과 경이로움을 표하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또 먹는 문제는 의식주의 근간이며 인간의 기초 생활을 구성하기 때문에 먹을 것을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정치문제로 변신하는가 하면, 종교와 전쟁을 논하기도 하고, 도시화와 경제문제의 핵심 사안으로 대두되어 합당하고도 타당한 논리를 펼친다. 또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교역의 핵심에 식품이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함으로써 경제가 화두인 지금의 글로벌 경제체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음식을 통해 보는 문명사라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책 중에 하나라고 추천할 수 있다. 단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음식을 얻기 위해 인류가 시도했던 모든 행위들이 결과적으로는 땅을 망치고 무수히 굶주린 사람들을 양산했고 전쟁과 농업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은 모르고 있던 것들로, 이 책을 통해 동의하며 깨달은 것이라 지식과 통찰이 부족한 독자로서는 저자들의 결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한다. 음식 제국의 종말, 그 결국은 매우 어둡다는 점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주 작은 빛이 있으나 어둠을 물리치기에는 아직은 너무 희미하다. 돌이키기에는 인류가 저지른 폐해가 너무나 커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지구생태계 전체를 보지 못한 무지에 의한 원인이 매우 크기에 과거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데 이나마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수년 전에 중국에서 북한과 국경을 접한 곳을 가본 적이 있었다. 중국의 숲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 중학교 다닐 때의 머리처럼 나무하나 없는 높은 산들이 드러내는 황량함이었다. 이 책에서 삼림과 숲을 없애고 식량의 증산을 위해 농지로 개간한 일이 얼마나 땅의 지력을 고갈시키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 곳들이 있는데, 언젠가 보았던 북한의 땅들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슬프기까지 했다. 어떻게 해야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까? 통일이 되면 북한의 땅이 가지는 문제는 곧 우리의 해결과제이기도 했다. 이렇듯 이 책은 수많은 심각한 과제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들도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지만 이런 과오들을 역사와 더불어 전개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문제는 매우 적나라하게 제시했으니 이제 그 해법을 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균형 잡힌 해결의 노력들과 식품을 구매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각이 어우러질 때 그 희미한 빛은 점차 밝아지고 또 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차원에서는 이 책이 전 인류의 필독서가 될 만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식탁 위에 오늘도 무엇인가 먹거리가 올라올 것인데, 이 책도 같이 올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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