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지식인을 육두품이라고 하자.
그들이 이뤄야 할 가치의 세상을 육두피아라고 부르자.
유토피아의 묘한 음차다. 책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캘리그라피가
대나무처럼 단단해보인다.
묘한 제목에 이어 저자의 득특한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 정영훈은 남해안에서 '천골'로 태어나 '서울 육두품'의 꿈을 안고 상경,
서울대 법대생이 되었고, 이후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을 거쳐 전대협에서 활동하였고,
다시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법률사무소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뜸 중국으로 건너가 핸드폰 사업에 도전하였고
다시 현대 아산에 입사에 대북경협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실로 다양한 이력과 파란만장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진골과 천골 사이, 그 간극을 부지런히 '바늘의 걸음'으로 꿰메어 온 것이리라.
책 제목과 저자의 이력만 독특한 줄 알았더니, 책 구성도 튀기는 마찬가지다.
저자는 동서양 시대장소를 막론하고 '21세기 육두품의 길'에 대해 논할 토론자를 알차게 소환한다.
진중권, 전원책, 유시민, 전여옥이 모이는 대박 100분 토론처럼 흥미로운 논단이 펼쳐진다.
사회자로 등장한 저자가 간간이 유머를 섞어가며 정리를 하고,
논객들은 시공을 초월해 소통하고 표방한다.
모두 저자의 관점에서 인물들의 태도를 재해석해 표현하는데, 쉽고도 묵직하다.
이제 성인이 되는 스무살 청년들이 21세기 지식인으로서의 태도를 배우기에 적당한 책.
아울러 생활에 치인 삼사십대도 이 시대 정의와 진보의 가치를 차근차근 복습해나가기에 좋다.
마지막 장 육도사와의 대담은 저자와의 인터뷰라고 봐도 좋다.
'실패한 20세기 육두품'이라는 말에 발끈하는 저자의 21세기는, 육두피아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는 민주적 공동체로의 통일국가 실현이 육두피아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