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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님의 서재
  •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12,600원 (10%700)
  • 2016-10-14
  • : 95,602
요즘 정신 없다는 핑계로 책을 통.. 못읽고 있는데
나름 정을 줬던 독서 모임에서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길래 썼던 긴 글을 여기에 기록해 놓습니다..
북플 친구들 모두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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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내서 공유했다고 하는데 반응이 처참하네요. 설마 독서를 위한 모임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줄 몰랐는데요.. 독서를 하면 결국 만날 수 밖에 없는 주제인데. 이런 반응들 덕분에 이 책이 더 신성시 될 수 있었던 거라는 걸 다시금 실감합니다.

저는 이 책을 예전에 1판 4쇄 찍을 때 쯔음 그때 하던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갓 나온 책이였고, 신간이였던지라 지금과 같이 이 책을 둘러싼 이슈들이 거의 없고 소소하게 입소문을 탔을 때 였어요.

1.
처음에 아무 정보도 없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건, 문학적으로 문장이 와닿거나 마음을 울리거나 아름답거나 흥미진진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마치 신문기사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문학도 비문학도 아닌 느낌. 문학으로서의 감동을 기대하며 읽었기 때문에 실망을 좀 했어요. 당연한 사실들을 나열한 건데, 이거 그냥 신문 기사나 논문으로 내면 되지 않아? 싶고, 저에게 독서는 어느정도 현실을 도피해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들로 가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더욱 내가 아는 세계의 나열이 지루했고요. 현실을 뒤트는 사캐즘도 없고.. 유쾌한 맛도 없고.

이 책은 기사와 통계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텐데요, 그러니 제가 느낀 것들은 좀 당연한 거 였다 싶어요.
여성들의 경험은 같지 않죠. 너무 큰 집합체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도 없고요. 오히려 저는 제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너무 미화한 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온건한 불행들만 예쁘게 담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 후 이 책을 둘러싼 과격한 반응들을 보니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어떤 집단이 평균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재배열했을 뿐인데 과장되었다거나 더 나아가서 과격한 반응이 있는 건, 차별이 은폐되어있다는 반증이겠죠. 차별은 겪는 사람들만이 피부로 느끼는 거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온건한 방법이였는데 말이예요.

어떤 예술도 가치중립적일수는 없죠. 자료조사를 통해 만들어졌더라도 ‘문학‘이니까요. 통계를 이용한 논문이 아니라요. (물론 논문도 완전히 가치중립적일 수 없고요)

그래서 논문을 인용했으면 달랐을까요? 문학의 형식을 가져왔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도 줄 수 있었고, 동시에 현실에 대한 객관성을 놓치 않았기 때문에 당대의 풍경을 착실히 담아낼 수 있었다고 봐요.

지금 <82년생 김지영>이 해외에서도 많이 판매가 되고, 좋은 평을 받고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어요. 한국의 현실을 보기도 하고, 각국의 현실의 비교하고 공유하기도 하면서요.

충분히 목적은 달성한거 아닐까요. 그것도 제가 처음에 와닿지 않았뎐 이유라고 말한 형식 덕분도 크다는 생각입니다.


2.
그러나 이런 말들을 어디 가서 쉽게 할 순 없었어요. 이 책을 옹호해서 모두가 싫어하는 그 ‘페미’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이 문장의 의도가 제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이 책의 개인적인 감상을 짧막하게 얘기해서, ‘역시 개념녀’로 받아들여지는 게 제겐 더 싫은 일이였기 때문에요 ㅋㅋ 제가 이 책을 ‘재미없다‘고 평했다면 그 때문은 아닐 텐데요. 그러나 거기까지 깊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으니까
결국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네요.

이 책을 악마화된 대명사로 입에 올리는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네요. 그런 반응들이 이 책을 성서로 만든 걸테고요. 이 책의 의도를 도와주는 반응이기도 하겠네요..





3.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은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고 그걸 신념으로 삼죠.
어떤 인권에 대해서라도, 소리내는 사람들을 보고 다 힘들게 산다고, 너만 힘든거 아니라고, 왜 저기에는 관심없으면서 여기에만 관심이 있냐고 함부로 말 많이 하시더라구요.

근데 그거 본인이 하시면 돼요. 나도 부조리 속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부조리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모난 말을 하는 건.. 조금 비겁한 일 같아요.







4.
여성인권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나의 무해함을 증명해야 하는 거 그만 하고 싶고요
이 책에 대한 변명을 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군요. 이 책이 여성인권을 옹호할 의도가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게 왜 잘못되었는지 반문하고 싶네요.

저도 저의 의견에 여러 생각들을 듣는 것은 환영하나, ‘페미는 일베‘, ‘여성 할당제나 어떻게 해봐라’ 식의 비겁한 문장 따위에 논쟁할 가치는 없네요. 그것들이 나온 배경을 모르시진 않겠죠.

이 방에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인증도 올라왔던걸로 기억하는데, 공격적인 반응에 놀랐네요.




5.
앞서 말했듯, 문학 자체로 재밌게 읽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남주 작가의 후속작인 ‘현남 오빠에게‘는 읽어보지 못해서 덧붙힐 말이 없습니다..


6.
개인적으로 빙의된 설정은 다른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하네요. 한국적 설정인거 같은데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도요.

+ 여기에 대해 주인공이 너무 수동적이고 빙의와 정신병까지 오고가는 것에 대해 오히려 안티페미적이고 문학이 아니라 프로파간다라는 의견을 받았어요

여기에 대한 저의 의견: 님 의견에도 공감해요. 말했듯 이거 애매한 고난들을 예쁘게 담아 보기좋게 만든거 아닌가? 라는 생각 했다고 썼었죠. 그래서 책 자체로는 저도 좀 재미가 없었어요.. 문학이 아니라 프로파간다라는 말에도 공감하는 바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 문학의 주인공이 될수없고 .. 대다수는 그냥 운명의 쓰나미에 몸을 맡기고 있고 현실의 불행은 선명하기보다는 애매하죠.. 그래서 그 현실적인 면 덕분에 많은 공감은 더 얻었다고 생각해요. 의견 감사합니다 재밌어요


7.
의견 내주신 분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의견 차이로 다투는 일은 유쾌하지 않잖아요. 제일 쉽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 방에서 나가서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있는 곳으로 돌아가 한탄하는 거 겠죠. 냉소와 비꼼 없이 타인을 배려하며 의견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제 글로 누군가가 상처받았다면 미안해요.

저도 용기내서 얘기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어서 두서없이 긴 글을 썼다는 사실을요. 부디 제가 견딜 수 있을 정도였으면 좋겠고요.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리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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