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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뒤흔드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다급하고도 간절하다.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안도감을 느낀다. 재난에 처한 인간을 향하여, 그 재난의 한복판으로 달려드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저렇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인간다움이 아직도 남아 있고, 정부와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자동차가 자동차에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도심 한복판을 사이렌으로 헤치며 나아가는 소방차의 대열은 아름답고 고귀한 풍경이다. 그것은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절박한 신뢰이며 사랑이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구조 받을 권리가 있고 또 인간이기 때문에 재난에 처한 인간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자명한 윤리가 매일매일의 도심에서 확인되고 있다.
-73~74쪽
새빨간 소방차들이 번쩍이는 고가사다리를 싣고 꽉 막힌 거리에서 진로를 찾지 못해 안타까워할 때도 본부상황실이 출동대열을 다그치는 고함소리가 무전기에서 윙윙거린다.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찌를 때 나는 문득 삶이란 경건한 것이다라는 생각에 잠긴다. 인간은 재난 앞에 경건해야 하고 재난에 처한 인간에 대해서 경건해야 한다고 사이렌 소리는 이 세상을 향해 외친다. 외치면서, 소리의 끝을 길게 끌어가며 내가 덤벼들 수 없는 재난의 복판을 향하여 달려간다. 도심을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소방차 만세, 인간 만세를 외치고 싶었다.-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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