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나의 신년 목표는 성경 통독이다.
몇 년의 반복되는 목표지만 달성은 하지 못했고,
작년부터는 매일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것도 함께 해 보기로 했다.
하루하루 빠짐없이 성경을 읽어 가다 보니
나의 삶에서는 동떨어지고 어렵게 느껴졌던 성경이
어느 날은 날 위로해 주시기 위해, 어느 날은 내가 반성하길 바라시며 준비해 놓으신 듯
나에게 말 걸어 주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성경, 내게 말을 걸다> 라는 책 제목을 본 순간
‘어머,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라는 놀람과 함께 책의 내용이 너무나 궁금했다.
사제, 수도자가 쓴 글이 아닌 딸, 엄마, 직장인, 교리 교사 등 작가와의 몇 가지 공통점이 나를 더 이 책으로 이끌었다.
작가는 일주일에 한번 묵상 내용을 글로 적기 시작했는데,
성경 묵상 글쓰기가 인간의 내면에 접하는 진실한 마음의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성경 묵상 글 쓰는 과정을 안내 한다.
그래서인지 가까운 자매님의 이야기를 듣는 듯 공감 가는 내용이 참 많았다.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루카 17,17-18)
나를 포함한 아홉 사람은 이미 예수님께 받은 치유를 당연하게 여기고
망각해 버린 것이다. (p77)
받은 것은 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잊어버리는 나를 돌아보며,
나도 작가처럼 아홉에 들어가는구나 하는 몹쓸 동질감도 느꼈으며,
받을 것을 청하기보다는
이미 받은 좋은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이따금 ‘돌아오지 않는 아홉’에 속한 나를 반성했다.
이 책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성경을 심리학적인 면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자기 사랑, 성경 속 심리 현상, 성경속에서의 관계에서
심리학적인 설명과 작가의 경험을 더한다.
심리학적인 접근이라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심리학에 대해 모르는 나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친절한 설명과
중년의 비슷한 연령대인 작가의 경험이 나의 경험에 비추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따른 발달 단계의 심리 특성은
내가 살아온 날을 돌아보고 아직 오지 않은 시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각 단계별로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대목은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p144)
각 발달 단계에서 나는 노년기의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았는데,
아무래도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많은 어르신들의 노년기와
아직은 조금 먼 나의 노년기를 자주 생각해서인 듯하다.
작가는 노년기에 빼 놓을 수 없는 죽음을 생각해보게 하고 노년기는
하느님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시기임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죽음 후 하느님 나라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하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어릴 적 절대적인 죽음의 위력에 압도되었던 작가 또한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그 문제를 직시함으로서 알게 된다.
우리의 인생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고
죽음은 또 하나의 삶이며, 전체적으로 보면 죽음도 삶의 일부 인 것을 깨닫게 된다. (p253)
하느님과 늘 함께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었던 다윗 임금처럼
우리도 그럴 수 있길 기도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 8,28)
작가가 신앙을 가지고 사는 동안 언제나 마음속으로 되새기던 성경 구절처럼 (p258)
나또한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나를 이끌어 주시고 사랑해 주심에 감사하며,
내일은 또 어떤 말을 걸어주실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