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가장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중국을 둘러싼 담론은 현실보다 감정이 앞선다. 한편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설이나 간첩설 같은 음모론이 정치적으로 소비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AI와 로봇, 전기차를 앞세운 기술 굴기를 보며 중국의 미래를 과도하게 낙관한다. 혐오와 경외는 정반대의 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더욱이 중국은 외부에서 쉽게 읽히는 국가가 아니다. 폐쇄적인 정치 체제와 강한 정보 통제 속에서 중국의 변화는 제한된 정보로만 전달된다. 그 빈틈은 '중국은 곧 붕괴한다'는 예언과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신화가 번갈아 메운다. 하지만 현실의 중국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국가는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세계를 흔들 만큼 강력해졌지만, 사회는 청년실업과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심화되는 불평등과 강한 통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강한 국가와 취약한 사회'라는 역설을 중국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제시한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 현장을 취재하며 이러한 모순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한 관점이 흥미로웠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흔들고 미국 우선주의적 행보를 보일수록 중국은 이를 '미국 없는 아시아'와 '미국의 대안으로서의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확산할 기회로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압박은 역설적으로 시진핑 체제의 내부 결속과 국제적 명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아가 동맹 역시 영원한 가치가 아니라 국가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강조하며, 한국 역시 미국의 전략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미·중 경쟁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중국은 적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대에 한국은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이다. 중국을 경계하는 것과 중국을 혐오하는 것은 다르다. 경쟁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감정보다 분석이 앞서야 한다. 중국을 혐오하거나 숭배하는 태도는 모두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중국의 강점과 한계를 함께 읽어내고, 그 변화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중국을 옹호하거나 악마화하기보다, 중국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