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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님의 서재
  • 인비인
  • 성해나
  • 16,200원 (10%900)
  • 2026-06-19
  • : 83,015

인비인이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지만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한다. 작가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흔들며 현대사회에서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귀신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공포가 아니라 점점 더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인간들의 민낯을 들추어내는 서늘한 공포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책은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세 가지 시간의 축을 바탕으로 총 9편의 단편을 엮어낸다.

세상은 생각보다 회색지대에 있는 방관자에 의해 불합리하고도 교묘하게 썩어간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손쉽게 빠져나와 안온하게 살며 죄책감과 양심을 구석에 밀어두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양심, 그리고 있었던 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피해자의 고통보다 자신의 무고함이 더 중요한 인간의 비인간성이 드러난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을 증명하듯 성해나의 <인비인>은 간담을 서늘케 한다. 그저 그들의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썩어 결국 스스로를무너뜨리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마저도 또 다른 '인비인'의 모습은 아닐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매일〉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상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인물의 모습이 서글펐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하면서도 타인의 일상을 사고팔고, 정작 자신의 진짜 삶은 잃어버리는 공허함과 허무함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그 모든 일이 특별하게 일어나는 비극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익숙함은 때로 가장 무서운 공포가 되기도 하니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노동은 도구로 전락한다. 안드로이드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만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기계는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인간다움을 포기하는 인간이 가장 큰 위협이다. 기계를 조종하는 것도, 스스로 행동하는 것도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비인간성이다. '인비인'이란 특정 시기에 나타나는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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