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한국은 연말에도, 연초에도 어수선하고 유난히 정신없는 분위기다. 힘이 나는 일보다는 슬프고 화나는 일이 무척이나 많은 요즘,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슬픔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석원 작가의 <슬픔의 모양>은 쓰러진 아버지를 향해 다가가는 발걸음과
이별 앞에 놓인 가족들의 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 책이다. 어쩌면 감추고 싶었을지도 모를 감정의 형태를
솔직하게 드러내어 자신만의 슬픔의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이보다 더 솔직하게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는 또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저자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는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어떤 일을 하든 그건 모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그런 분이셨다. 하지만 막상 인공호흡기를 달고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것을 보니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에 환멸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애잔함이 원망을 덮기도 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평소라면 하지 않을 반론을 제기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별이라는 것은 당연히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 후에 따라오는 슬픔이라는 감정은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특히 평생 내 곁에 있어 주리라 믿었던 존재인 부모와의 이별은 더욱 생소하다.
그리고 그 상황이 눈앞에 닥쳐왔을 때, 나를 지탱하던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한가지 감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지켜보며 더욱 깊어 졌다고 한다. 아버지의 투병 생활로 다시 마주하게 된 가족들의 모습은 과거 우리가 함께했던 그때의 모습이 그대로였다고 한다. 완전할 수 없어서 서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애틋함과 애증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지만, 해야만 하는 말을 책 속에 담아냈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찌르는 말들이 책 속에 마구 흘러 다녔다. 가족을
향한 마음이 이해가 갔고 공감이 갔고 때로는 그 아쉬운 순간들을 통해 나를 보게 되었다. 이별이 오기
전,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앞서면서도 막상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나에 대한 수많은 후회가 소용돌이치곤 했다. 그 답답한 마음과 가까워 소홀히 하기 쉬운
것들이 결국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 가까운 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순간들의 아쉬움을 후회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반드시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감정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슬픔의 모양을
비춰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책을 보며 특히 이 문장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사람이 동일한 대상으로부터 동일한 행동이나 말에 의해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마치 살갗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난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데 이럴 경우 먼지 하나만 그곳에 안장도 통증에 가까운 쓰라림을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서 반박하지 못하는 말들, 가족이라서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말들이 바로 이런 느낌인
것 같아서 너무나도 와 닿았다. 가족은 가장 가까이 있지만 그만큼 소홀해지기 쉬운 존재인 만큼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