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문제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청년 세대는 '흙수저 계급', 'N포 세대'라 불리며 신분 상승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빈곤이 대물림되는 '신' 계급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 그리고 최저 수준의 출생률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조돈문 교수의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현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자세하게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데이터를 통해 한국이 명실상부한 수저 계급 사회로서 서구 국가들보다 세습 자본주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소수만이 혜택을 누리는 이 불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걸까.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연관되어 있었다. 테르보른의 '이데올로기적 호명 과정의 세 가지 양식'을 통해 오늘날 자본주의 불평등 체제를 유지하는데 동원되는 이데올로기를 정리해 보았다. 세상에 마치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은폐하고, 불평등을 정당화하며, 불평등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현실의 불평등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개별적'으로 불평등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인다. 불평등 체제를 은폐하고 합리화하려는 논리가 절반만 관철된 것이다.
한국 사회는 높은 불평등과 불공정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또한 매우 강렬하다. 자본의 일방적인 계급 지배에 맞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시민들은 상대적 공정성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이고 있으며, 공정성 원칙이 위반될 때 이를 응징하려는 의지가 매우 높다. 소수의 특권층이 다수의 불만을 안고 있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지금의 불평등 체제는 언제든 폭발적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과거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 항쟁이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시민들이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저항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그동안 외면해 왔던 불평등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불평등의 본질을 과학적 자료에 기반하여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이 모든 질문의 명확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각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바꿀 수 없다고 여겼던 일들을 이제는 마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불평등과 불공정의 현실을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