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해시 올해의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작가를 기억한다. 하와이에 우편신부로 간 3명의 조선여성들을 보았고, 경상도에서 멀리 태평양까지 간 인생을 읽었다. 이번에 나온 <슬픔의 틈새> 역시 일제치하의 강제징용을 당한 사할린거주민들의 이야기다. 수많은 자료조사를 하신 것을 알 수 있었고, 상상만 해 왔던 해외동포의 지난한 삶을 보게 되어 작가에게 감사했다. 역시 예술가가 아니면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스쳐지나가는 과거로만 인식한다. 소설이나 영화덕분에 우리는 그 시절로 가서 그들의 매순간 닥치는 선택에 함께 고민할 기회를 얻는다.
조국이 힘이 없으면 이렇게 많은 민중의 삶이 일그러지는구나. 36년이라는 일제감정기가 1세대를 거쳐 4세대까지 제대로 된 사과나 정책없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아파했을 강제이주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1943년부터 2025년 유언에 이르기까지 단옥은 삶을 통해 강인하게 삶을 이끌었다.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화태이주민들의 삶을 읽는동안 감탄과 슬픔과 존중을 불러일으켰다. 어디에 살고 있어도 나의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과연 이런 삶이 내게 주어졌을 때 이렇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고생스럽긴 했어도 날마다 난생처음인 것들을 접하며 갇혀있던 생각이 깨지고 부서지며 넓어졌다. 인생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과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음을 배웠다.포기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다다른다는 것도 함께."(284쪽)내가 살아가는 현재역시 예상치 못하는 사건들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 단옥의 단단한 심지가 열흘이나 걸려 도착한 사할린에서 공부에 대한 열망을 놓치 않고 일본어, 조선어, 러시아어를 배워냈다. 엄마와 함께 동생들을 건사하고, 가정을 일구며 퇴직후에도 영주귀국을 도왔다.
김해에는 사할린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 제법 크다. 생김새는 나와 같은데 대단히 빠른 러시아어를 하는 어른들을 보았다. 작년에 중학생 청소년 독서토론한마당에 내가 팀리더로 있던 팀에 러시아어를 쓰는 아이들 두명이 참여했다. 한 명은 거의 우리나라말을 몰랐고 나머지 한 명이 다른 팀원들에게 친구의 말을 통역해준 덕분에 토론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사할린이주민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바로 <슬픔의 틈새>가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 고민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줄 거라 믿는다.
책 뒷표지에 실린 참고자료의 긴 목록을 보며, 얼마나 이금이작가님이 발품을 팔아, 읽고 고민하고 책을 집필하셨을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많은 고민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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