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들자마자 너무너무 읽고 싶었다. 동생을 데리고 미술관에 갔어요 책으로 알게 된 박현경작가님의 신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
따뜻한 선생님의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궁금. 출판사에서 공을 들인 향기가 역력하다. 그림에 양각을 넣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게 하는 표지를 가졌다.
키큰하늘 시리즈는 고학년 아이들도 보지만 다른 일공일삼 시리즈나 창비아동문고 처럼 중학생이 봐도 좋을 시리즈이다. 읽고 난 기분은 아 좋다~ 하고 기지개를 쭉 펴고 싶은 기분이다.
곳곳에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마음아프다. 예전에 결혼하고 3번째 집에서 살 때 11시나 12시간 넘어가면 아랫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 앞에서 한번도 싸운 분들이 아니라, 나역시 결혼하고 그런 가정을 갖고 싶었다. 남편과는 의견이 맞지 않아도 굳이 싸우려 하질 않았다. 좀 기다리면 화가 풀리면 가라앉은 상황에서 풀어야지 생각했더랬다. 아랫집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집이었다. 여자의 목소리가 늘 앙칼지게 들렸고 뭔가 던지는 소리도 났고. 바깥에서 보면 세상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래서 거리를 두고 지냈던 기억이 있다.
아파트는 벽을 하나 두고 사는 주거형태다. 우리 집의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인 셈이다. 발을 쿵쿵거려도 큰소리가 나도 제법 잘 들린다. 코로나라 아마도 더 많은 소음들이 벽을 넘어 이웃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아빠보다 더 강해질려고 운동을 하고 말을 잘 할려고 하는 아이,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낸다. 나를 보호하고, 가족을 지키고, 당당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왜 우리는 아이들은 힘이 없는 존재, 나아질 수 없는 존재라고 느낄까. 어쩌면 나이먹은 나만큼이나 강한 존재들이 아닐까. 왜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아이가 곧 있으면 아이들이 큰다는 것을 모를까.
상황을 모르는 지영이는 강우를 오해하기도 하지만 둘 간의 만남이 있었기에 우리 강우가 짧은 방황을 끝내고 단단해진다. 지영이는 강우의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강우를 이해하지 않을뿐 해를 끼치질 않는다. 굳이 기다리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마음 속 깊이 강우를 믿어주는 마음도 있어 보인다. 나를 믿어주는 가족을 보고 힘을 내고, 절대 못할 것 같은 일도 해내고, 나를 믿어주는 친구를 보면 거친 세상을 헤쳐나간다.
우리는 믿어주고 있는가? 가족을, 우리는 믿어주고 있는가? 친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