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을 나처럼 매우, 매우 좋아하는 팬이라면 알겠지만 그는 오래전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장정일 첫 소설을 <아담이 눈 뜰 때>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이야말로 첫 소설이자 장정일의 최고작이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장정일 최고 작품이었다. 아무튼 그 소설은 1988년 출판되고 1989년 '전작 장편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2쇄를 찍었는데 그 뒤로 절판되었다. 작가 스스로 출판사에 요청했다고 한다. 왜일까? 후기에 밝힌 것처럼, 가족, 친지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아니면 흑역사라 생각해서 부끄러웠던 것일까?
이 소설은 주인공 해리와 무종의 동성애를 다룬다. 배경은 소년원이다. 작가가 실제로 소년원에서 1년 6개월간 복역했다는 사실을 구태여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알 사람은 안다. 그리고 하나무라 만게츠 <게르마늄 라디오>는 이 책과 매우 닮아있다. 주인공의 성격, 동성애, 성도착증, 소년원.. 등의 코드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와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작품 해설을 장정일이 맡았다. 자신의 경험과 비추어 봤을 때 너무나 유사해 놀랐을 게 분명하다. 큰 감명도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내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를 생각했다.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어느 것이 더 훌륭한가, 묻는다면 주저없이 장정일을 가리킬 것이다. 게르마늄 라디오는 결말이 흐지부지하게 끝나고, 주제도 애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완벽하다. 서술이 어딘가 허술해보이는 것조차 완벽하다. 그 허술함이 작가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게르마늄 라디오>를 읽고 머릿속에 남는 것은 돼지와 성기뿐이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