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들의 슬픈 연대 <새벽의 그림자>
거북별85 2024/08/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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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그림자
- 최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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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4-06-07
: 892
<새벽의 그림자>는 요즘 내가 빠진 최유안 작가님의 신간이다
탈북자란 소재는 왠지 많이 낯선 소재이다 한 때 통일이 마치 대한민국의 지상 최대 과제인 양 소리쳐대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언제였나 기억도 가물거릴 정도이다
그런 와중에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니!! 괜찮을까!!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보니 살짝 걱정도 되었다
읽고 난 느낌은 역시 최유안 작가님이시다라는~!!~이 책은 작가님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탈북자에 대한 시선과 서사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소설은 윤송이란 탈북여성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그 사건은 해주란전직경찰과 그의 친한 친구인 또다른 탈북자 용준과도 맞닿아 있다
그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베르크란 폐쇄된 듯한 공간과 왠지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초반에 느리게 흐르는 이야기는 막바지로 닿을수록 빠르게 진행되며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상황으로 몰아가며 질문을 던진다
탈북민의 이야기는 고리타분한 어르신들의 빛바랜 이야기인 걸까???
작품 속 독일에 있는 한국인들과 탈북자들은 그들의 이념과 별개로 그냥 이방인들일 뿐이다 이방인이란 모습은 탈북자 뿐 아니라 우리도 어디서든 겪는 모습이 아닐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겪는 이방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외면하기 보다 공감하고 연대해야 하는게 아닐까???
p 176 그 따위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전세계 일류가 되면 뭐 해
p 206 우리는 많은 사실을 잘 모른다 한 사람의 경험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의 경험은 그 한계를 늘 뛰어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을 읽는다 그것을 읽으면서 경계 바깥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의 유일한 무기는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느낄 수 있는 공감성이 발달해 있다는 것 그들의 슬픔의 둘레에 잠깐 닿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p 210 누가 나의 선한 행동에 박수쳐주지 않아도 나는 선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양심이고 죄책감이며 선함이다
인간은 선한 방식으로 진화한다 책임지지 않는 나를 비난하는 것 조차 결국 선함이다
작가의 말에서 다시 뜨끔해진다
"이야기의 모서리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닿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모든 감각으로 세상을 두루 살피며 살아가겠습니다"
오늘도 ott서비스의 뜬금없는 로맨스 드라마를 보며 희희낙낙 웃고 싶은 나를, 최유안 작가님은 세련되고 우아한 문장으로 우리가 외면하던 상황들 앞으로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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