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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인 책을 말하다
퍼즐을 맞추는 1월 (2) - 아가멤논의 아들과 딸들

배는 물이 들어왔을 때 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책읽기도 배와 다르지 않다. 일리아드를 읽는 1월이 지나가고 있을 때 남자들의 전쟁이 아닌 여자들의 전쟁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이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들의 비극들 속에서 승전국의 여인과 패전국의 여인들의 삶을 퍼즐을 맞추듯이 찾아 읽었다. 

  이번에 맞춘 퍼즐은 아가멤논의 딸들 중 한 사람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엘렉트라에 대한  비극 ,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아이스퀼로스의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를 읽는 한 주가 지나갔다. 

  큰 줄기는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의 조우와 아버지의 복수 완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는 무덤가에서 두 사람이 조우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결행하는데  소포클레스는 궁 안에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고 복수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에서는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뤼소테미스가 등장해서 언니와 언쟁을 벌인다.언니는 노예 같은 삶을 살지만 크뤼소테미스는 현실과 타협하여 현실적 지위를 향유하면서 살아간다. 엘렉트라는 복수라는 것에 너무 천착하여 현실의 삶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클뤼소테미스가 매우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는 수동성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 복수의 대행자 오레스테스가 살아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 아이스퀼로스의 제주를 받치는 엘렉트라보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는 소포클레스와 아이스퀼로스의 엘렉트라와 다른 설정이 돋보이는데 엘렉트라가 농부와 결혼하여 변방에 기거한다는 설정이다. 영웅적 서사시가 소시민적 탈영웅적인 이야기로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현대로 치환해보자면 대기업 자녀들의 피비린내나는 권력쟁투가 아니라 평범한 가정의 비극이라는 정도가 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떠나보낸 오레스테스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세 작가는 각각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소포클레스는 아버지의 인장으로 오레스테스를 확인하고 , 아이스퀼로스는 금발과 어릴적 입었던 옷과 발자욱들을 보고 인정하지만 에우리피데스는 금발과 입었던 옷과 발자국을 우연이라고 일축하는대신 오레스테스를 키운 노인이 제시한 어릴 적 상처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에 우리가 익히 아는 전쟁의 시작 헬레나에 대한 이야기가 전한다. 아이귑토스에 프로테우스의 집에서 기거하다 돌아왔다고 전하는데(1280행~1283행) 이러한 헬레나의 행적이 에우리피데스 비극 헬레나의 주요모티브가 된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친 살해자이기도 해서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에우리피데스와 아이스퀼로스는 신탁의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여 모친 살해이후 겪게될 오레스테스의 고난을 제시 하면서 오레스테스의 내적 갈등을 제시ㅏ지만 소포클레스는 신탁을 받았다는 것만 언급할 뿐 그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고 오레스테스 또한 많은 고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난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관점에서는 당위를 획득했지만 모친의 살해라는 점에서는 당위를 획득하지 못했음으로 광란과 방황이라는 형벌을 받는다. 이 시대 이미 윤리 도덕적 당위가 정립된 것일까하는 밑도 끝도 없는 의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 ,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태초부터 윤리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의문이 들면서 읽기를 마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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