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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 성진환.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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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0-11-06
: 958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 인연이 길고 짧은지는 대봐야 아는 사실이지만, 보통이라면, 오래 가는 인연보다는 잠시 가는 인연이 더 많은 편이다. 헤어짐을 기대하고 시작하는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과 언제까지 같이 있을 순 없겠지, 하는 생각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사는 게 사람인 것 같다. 오지은 작가도 성진환 작가와의 연애가 나중엔 헤어져도, 지금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인지, 두 작가는 결혼해서 흑당이와 꼬마와 함께 네모를 이루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몽글몽글한 가족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가족의 형태는 누가 정의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했다고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육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생명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애정과 공부가 필요하다. 두 부부의 애정 어린 사랑을 받으며 자란 흑당이가 부럽기도 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던 나였지만,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서로 맞춰가는 관계라면 행복해질 수 있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본 보통의 결혼 생활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효도는 각자, 돈은 각자 열심히 벌고, 재미있는 일은 함께’라는 글을 본 순간, 현명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명절에 고생해야 하는 사람은 주로 여성들이었고, 그에 대한 불만은 기사로 많이 접했다. 그래서인지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도 모르게 스며든 것 같다.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은 내 부모가 아닌 배우자의 부모에게 더 많이 효도를 해야 하는 것일까와 같은 생각들. 결혼해도 효도는 각자 하는, 각자의 부모에게 더 최선을 다 할 수 있다면 분명 트러블은 줄어들 것이다.
돈을 자기가 벌었다면 그걸 어디다 쓰는 것에도 참견하지 않고,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주면서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결혼에 대한 기존의 거부감과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가의 생활과 마인드가 새롭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고 함께 하는 가정보다는 그렇지 않은 가정을 더 많이 보아서인 것 같다. 존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내가 그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한 사람이 되기도 쉽지 않은 걸 알아서이기도 하다.
현재의 나는 아무래도 결혼을 하기에는 아직 먼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부부처럼 멋진 인연을 기대하기보다는 아직까지는 ‘나’라는 사람에 더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 두 부부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듯이, 나도 잘 맞는 누군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은 분명 있다. 그 누군가가 없이 혼자 사는 것도 한 삶의 매력이 될 수도 있겠다. 내 행복의 모양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모양이 뭐가 됐든 간에 행복해지고 싶은 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하다.
어쩐지 귀여워서 계속 읽고 싶게 되는 일기와 진지하지만 사려 깊은 글을 보고 읽으면서 두 부부의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보고 읽기만 해도 그 행복이 느껴졌던 건, 이 가족이 정말로 행복한 가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나 인식 같은 것들이 이 책을 통해 꽤나 많이 변하게 된 것 같다. 소소하고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존중’에 대한 태도도 배우게 된 것 같다. 주변 친구들에게 마구마구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도 정답이 없듯이, 결혼 생활에도 정답은 없다는 것. 동거인의 존재로 행복해지는 법을 알고 싶다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도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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