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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제의 누리님의 서재
  • 악어
  • 권행백
  • 11,520원 (10%120)
  • 2018-12-10
  • : 35

<바람이 깎은 달>-서귀포 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어멍을 원망하지 않는댄 허멍, 가이가 죽 그릇에 눈물을 뚝뚝 떨구더라고. 내 숟가락질이 기냥 느려지는디…. 죽을 다 먹이고 나면 보내야 할 자식이라. 가이 얼굴을 꼼꼼히 눈에 새겨 넣었어. 가이도 눌러 붙은 냄비 바닥을 천천히 긁더라고. 아주 처언천히. 숟가락 지나간 자리를 긁고 또 긁고…. 그 소리가 내 가슴 속을 후비고 또 후비고…(후략)."-바람이 깎은 달 P.65

 

제주 4.3과 재일교포 간첩단 조작, 그리고 연좌제로 몰아 아들 마저 앗아간 국가 폭력 앞에 무기력했던 할망의 삶과 자본주의의 한 가운데서 삶의 터전과 현대 문명의 이기에 아들을 잃은 주인공 화자의 삶을 연결시킨 플롯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에 먹먹하게 아로 새겨진다.

 

<악어>-전태일 문학상 수상작

 

노동과 자본, 권력과 착취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인간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를 마치 우화와 같이 그려냈다. 거대 담론을 우화를 쓰듯 풀어낸 저자의 솜씨가 자못 경이롭다. 파푸아뉴기니를 배경으로 소수 부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마치 영상을 보듯 빨려 들어간다. 저자 후기에서 쓴 대로 발로 쓴 소설이 아니라면 묘사하기 힘든 장면이리라. 거기에 개성공단을 대입시켜 현재형의 남북관계 마저 소설에 녹여낸 이야기 솜씨가 작가의 상상력을 돋보인다. 영상으로 재현되어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샤이 레이디>

 아버지의 흔적을 쫒아 미얀마 산속 부족으로 들어간 아들의 눈을 통해 자본주의 폐해와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며 신자본주의에 벌겨벗긴 채 내몰린 우리네 퍽퍽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제대를 앞두고 3학년 2학기 복학의 꿈에 젖어 있던 내게 아버지의 온라인 사업이 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복학 후 아르바이트로 한 학기를 버틴 끝에 내린 결론은 졸업 포기였다. 아버지는 그 기억을 아프게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앞에서 아버지를 자주 비난했지만 나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표독스럽게 덤벼드는 쪽보다는 숫기 없이 당하기만 하는 쪽에 나의 동정심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언젠가는 떠날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상가 사기 분양 사건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

-샤이 레이디, 220쪽

권행백 작가의 향후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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