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포함한 감상입니다.
경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흡혈마, 여자 기숙학교... 이 키워드가 잘 조합된다면 그 어떤 미스터리 장르 소설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독특한 색감의 표지와 "나와 함께 갑시다. 신의 은총도, 악마의 축복도 함께 있을 것이오."라는 문구는 읽기도 전에 독자의 눈길을 잡아끈다.
읽기 전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을 찾기란 어려운 것을 알지만, 이 책은 읽은 후의 아쉬움이 다소 큰 편이었다.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조선의 독립에 도움을 주는 계월이라는 인물은 아주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 내내 착하고 똑똑하다고 묘사된 또 다른 주인공 희덕은 실제 읽다 보면 지나치게 어리숙한 행동들 때문에 그저 여느 십 대 학생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묘사와 독자가 느끼는 바에 대한 괴리가 컸다. 또한 책이 너무 많은 인물들에 대해 어느정도씩 비중을 주려고 하다 보니 두 인물들에 대한 집중이 떨어져 주인공 둘에게 보다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희덕이 책이 끝날때 까지 계월에게 인물에게 애정을 느끼긴 하지만 계월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 믿지 못하는 것 처럼 보여서 책을 읽는 내내 의문스러움이 컸다.
이 책은 계월과 백작의 판타지적인 대립 부분과 당시 조선의 현실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데, 각각 본다면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한 책에 담으려 하다 보니 어느 하나의 이야기도 제대로 맺음 되는 게 없다고 느껴졌다. 모호하게 곁들인 백작과 계월의 이야기, 후반부에서야 묘사된 당시 조선을 도우면서도 남성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화란과 계월, 불안정한 현실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희덕, 독립운동을 하는 일균과 화란의 애정과 갈등..., 이 모든 것이 한 권의 책에 담기다 보니 독자가 글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에 설명이 부족했고 그러다 보니 책 속에 깊이 몰입할 수 없었다. 각각의 책이나 에피소드로 다뤄졌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화려한 설정이지만 이 얇은 책 한 권으로는 전부 소화할 수 없었던 듯 하다.
그리고 초반 눈길을 잡아끌었던 "나와 함께 갑시다. 신의 은총도, 악마의 축복도 함께 있을 것이오."라는 문구... 백작이 계월을 꼬여낼 때 했던 말인데, 그럴싸한 문장이긴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책 속에 좋은 의미를 담은 대사와 문장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저 문장을 골라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