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전 서평단으로 접한 스노볼, sf 장르 소설 팬이라면 하루 종일 책만 붙잡고 있을 정도로 재밌는 작품이었다.
스노볼의 사람들은 크게 스노볼 시스템을 만든 이본 미디어 그룹과 스노볼 밖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드라마로 보여주는 액터, 액터의 삶을 드라마를 만들어나가는 디렉터가 있다. 스노볼 밖의 사람들은 각 채널에서 액터의 삶 그 자체인 드라마를 보며 쳇바퀴 돌 듯 지겹고 추운 삶의 재미를 찾는다.
언뜻 보면 화려해 보이는 스노볼 속의 삶.
하지만 공평이라는 이름 아래서 액터는 자신의 일상, 어쩌면 인생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에 동의하고 인기가 없어서 드라마가 종영이 되면 스노볼 밖으로 나가야 한다. 디렉터 역시 드라마의 시청률 부진이 이어진다면 퇴직자 마을로 쫓겨난다. 스노볼 안의 화려한 삶을 이어나가는 방법은, 인기 있는 드라마의 액터나 디렉터가 되는 방법뿐. 스노볼의 최정점인 이본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 책의 사건은 스노볼 밖의 인물 '전초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현재 최고의 인기 채널 액터인 고해리와 꼭 닮은 초밤. 매일 발전소로 출근하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야 할 초밤에게 어느 날, 인생을 뒤바꿀 사건이 일어난다.
"지금부터 초밤 양이..."
불안을 살짝 가리고 화려한 삶을 살게 될지, 아니면 누구도 감히 생각 못 했던 스노볼을 뒤엎을 전초밤이 될지. 궁금증을 자극하며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절망의 날씨가 되어버린 지구와 그 속에서도 안락한 삶을 이어나가는 스노볼을 보면서는 마치 설국열차가 떠올랐고, 액터들의 리얼리티 드라마를 보는 스노볼 밖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트루먼쇼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스노볼>은 스노볼만의 스토리와 아이디어로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스노볼>은 흡입력 있는 필력과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반전이 요리되어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지구 종말과 가까운 세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설정 아래에 깔려있는 탄탄한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스노볼>의 견고한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 진짜 '나'가 되고 싶은 욕망, 어디에나, 언제나 있을법한 욕망을 다루며 스노볼의 세계는 펼쳐진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