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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영님의 서재
이제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책이 되어버린 '로마인 이야기'..그 중에서도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2권에 붙어 있는 '한니발 전쟁'이라는 제목이었다. 어렸을때 읽었던 영웅전에 코끼리를 타고 최초로 알프스를 넘어서 로마로 쳐들어 갔던 애꾸눈의 장군 한니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이야기 처럼 작가가 마치 '제국주의'를 동경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지적되는 10권의 책이지만 제2권 '한니발 전쟁'에서만큼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나머지 9권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로마에 대한 애정이 이민족인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에게로 전가되어 '상대주의적 역사관'에 입각한 서술로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치밀한 사료조사와 발로 뛰며 일구어낸 고증 작업이라는 것을 구태여 작가가 말을 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3번에 걸쳐 일어났던 '포에니 전쟁' 100년의 역사적 사실을 투철한 작가정신에 대한 열정,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명감,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그려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칸나에 회전, 자마 회전 등과 같은 전투를 전체 전쟁에서 차지하는 전략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각 전투의 전술적인 측면에서까지 그림과 지도, 도표를 동원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책을 읽고 있으면 칸나에 벌판에서 한니발이 호령하는 모습을 머리속에서 살아 숨쉬게 한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역사적 사실들의 나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역사소설, 전쟁소설보다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제나 진실의 세계는 허구의 세계가 도달할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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