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냉정하다.
오수영 2002/09/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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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 역사는 상상의 틈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증거로 삼을 만한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비워두어야 하며, 비겁한 술수와 비극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그 기다리는 곳으로 곧장 가야만 한다. 그것이 설령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라도 우리는 목숨으로서 사실을 기술했던 '조선시대 사관'들의 결련한 의지처럼 한치의 외면도 없이...... 그래서 역사는 냉정할수 밖에 없다. 나폴레옹의 군대에 맞서 싸워 이긴 러시아의 경우를 들어 '임진왜란은 우리가 이긴 정쟁이었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은 이러한 관점에서 거의 0점에 가깝다.
하지만 이책의 내용은 만점에 가깝다.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임진왜란의 승리를 인식하지 못한 조선의 나약함과 오늘날의 사대적인 역사관을 바로잡기 위함이지만 책 내용 전개상에서만큼은 정확한 사료에 근거하고 한치의 사견없이 서술함으로써 이 책의 역사서로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감정이 들어갈듯도 한 '3대 대첩(진주,행주, 한산도 대첩)'의 장면에서도 승리의 감흥을 전하기보다는 왜군과 조선군의 전투양상을 정확히 기술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으며, 잔악한 왜군의 만행(코베기 등)을 기술함에 있어서도 격앙된 서술을 하기 보다는 각종 사료 등을 이용하여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읽을거리'로서의 '감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속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은 칼을 움켜쥐고, 말을 달리며,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기도 하면서 살아 숨쉬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또 그리하여 역사서들이 자주 범하는 '따분함'의 우를 범하지 않고 오히려 체계적인 편집과 사건의 배치로 1592년 부터 장장 7년간을 독자들의 눈 앞에 고정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임진왜란은 우리 역사에 전례가 없었던 크나큰 시련이었고, 동시에 숭고한 정신의 역사이다. 헌데 임진왜란에 관련한 책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부디 이땅의 사학자들이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러이 여기고 수없이 편찬하여 후대에 우리 민족의 살아온 길을 모자람 없이 전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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