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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영님의 서재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에서 우리의 지적인 자부심을 자극했던 에코가 이제 '바우돌리노'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마지막에 우리의 뒤통수를 '상상력과 놀라움의 망치'로 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기에 우리는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그의 이야기에 취해서 여운을 음미 할수 있다.

이 소설에서 바우돌리노가 말하는 이야기의 진실과 거짓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그져 에코가 자신의 분신같은 - 무한한 상상력의 소유자라는 면에서, 바우돌리노를 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즐기고, 함께 동참하면 된다.

'장미의 이름' 에서처럼 머리를 쥐어짜며 에코가 우리에게 범인을 알려주기 전에 자신의 힘으로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런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프리드리히 황제의 죽음'에 너무 집착해서 책을 읽지 않아야 한다고 다른 독자님들에게 권해본다. 몰론 마지막에 밝혀지는 비밀은 우리를 충분히 '와우' 하고 소리치게 만들지만...... ( 더 궁금해지셨을지도 모르겠다. ^^ )

또한 모든 중세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중세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우돌리노의 모험이니까 ^^ 중세는 다만 바우돌리노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배경일뿐이다.( 물론 다 이해하면 더 좋겠지만 ㅡ_ㅡ;; )

그리고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거나 중간에 나오는 지도에 대한 번역을 하지 않은것 등은 다소 흠으로 지적할수 있겠지만, 번역자가 붙여놓은 주석들은 그러한 흠을 매우고도 남음이며, 바우돌리노와 같이 떠나는 모험에 동참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불편함으로 작용할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 보다는 에코 자신이 말했듯이 '대중을 위한 소설' 이기에 우리는 즐기면 되는 것이다.

'바우돌리노'에는 다른 에코의 소설에는 없는 것이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를 웃음짓게 했던 재치넘치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중세의 이상한 문자들로 가득찬 책 속에서 고지식하게 파묻혀 살것 같았던 에코에 대한 고정관념을... 오 맙소사 그 털복숭이 아저씨가 이렇게 천진난만한 유머스러움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니....!!! ^0^

내가 어렸을때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신밧드의 모험' '보물섬' '코난' '오즈의 마법사' 가 이제 나이 30 을 바라보는 나에게 성숙한 모습으로 다가 왔다. '움베르토 에코'라는 상표를 단 '바우돌리노'라는 이야기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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