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 학대받는 아이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 두마디 : 누구나에게 있는 검은 공간
▷ 이미지 : 심연
▷ 깔때기 : 나는.....?
▷ 색깔 : 소설/성장/학대/가족/학교/교육/청소년
▷ 읽기난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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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담임인 엘렌은 테오가 학대 받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나 테오의 몸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테오를 주시하는 엘렌은 결국, 오해를 받아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 무엇이 엘렌으로 하여금 테오를 바라보게 했던가, 그것은 테오에게서 어렸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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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테오, 세실, 마티스 네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그런데 관점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어른인 엘렌과 세실의 이야기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청소년인 테오와 마티스의 이야기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려진다.
왜 이렇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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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른이 되어 1인칭 우주의 주인이 된 사람들. 주체로서의 삶의 키를 쥐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수도.
아직은 전지적 세상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
(여기서 전지적이라 함은, 개인이 아닌 전부를 대상으로 함 개개인의 하나의 능력이 모여 전부를 이루는 것, 직소 퍼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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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엄이 한 짓은 분명한 위선이다. 위선의 경계는 그걸 상대에게 들켰느냐 안 들켰냐이다. 왜냐? 스스로는 그걸 위선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백날 위선적이다 뭐다 해봤자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위선적일 수 있는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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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이란 어떤 마음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네 사람은 각자의 마음에, 다짐에 충실하였다.
그러나 가장 안타깝고 짠했던 건 역시 아이들이다.
어느 한쪽만을 택할 수 없었던 아이가 양쪽 모두에게 충실하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그 마음이 애달프다. 미안하다. '없고 싶은' 마음을 안아주고 싶었다.
#뱀발 1
어린시절에 학대를 받으며 자란, 어른이 된 사람은 마음 한 쪽에 아직 치유받지 못한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삶 전역에 걸쳐 불쑥 불쑥 자신을 조명한다. 나 아직 여기 있다고, 나 좀 봐 달라고.
#뱀발 2
피학성 성격을 지닌 아동들은 고통의 원인을 자신에게 둔다. 만약 진짜로 부모가 자신을 미원해서 때린다거나 혹은 무관심했다면,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미연 #문제적 주인공만 오세요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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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견고하고 어딘지 모르게 역겨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는 그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 P33
아주 빠르게, 테오는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표정 없이, 시선은 내리깔고, 최대한 아껴서 말을 내뱉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말 것. 경계선으로 나뉜 두 진영에서 침묵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최고의 방책이다.- P61
보지 않겠닫고 거부했지만 알고 있던 것, 그러니까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묻혀 있던 것이 마침내 튀어나올 때의 평온함과 최악임이 분명히 드러날 때 느껴지는 안도감. 낯설다.- P112
대부분의 커플은 암묵적인 규범과 관계에 순응해요. 안 그런가요? 일종의 두 존재를 묶어주는 무언의 계약이죠. 그 결합 기간이 얼마나 되든, 둘이서 그럭저럭 되는대로 만들어낸 방책에 대한 얘기에요. 암묵적 합의 같은 거요. 현실과의 화해, 그래요, 가령 진실 그 자체와의 화해랄지.- P128
때로 그는 생각한다. 어른이 되는 수고가 정말 그만큼 가치가 있을까? 할머니 말마따나, 손톱만큼의 가치라도 있을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할머니는 자를 대고 긴 선을 그어 ‘장점‘과 ‘단점‘이라는 칸을 만들어 양쪽을 채워보았다. 어른이 되는 문제는 어떨까? 두 개의 칸은 똑같은 길이로 채워질까? - P144
우리는 연대하고 공모하는 동료가 되었다. 같은 신념을 나누고 싸움을 함께했다. 필요할 때 함께 맞서는 관계. 그 정도면 충분하다.- P150
아니요, 전 아이가 없어요, 하지만 제 배 속에 있는 애들, 제가 낳지 않은 아이들을 보세요, 마치 제 걸음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아이들을요, 살살 흔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덩어리로 만들어 간직하고 있는 이 사랑을 보세요, 쏟아부을 곳이 없어 나누는 일만 남은 이 에너지를 보세요, 이 순수한 야생의 호기심을 보세요, 모든 것에 대한 제 욕망을, 엄마가 되지 못한 탓에, 아니 엄마가 되지 못한 덕분에 나 자신으로 머물러 있는 이 아이를 보세요.- P167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 게 고작 이런 거구나. 잃어버린 것들과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손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는 것. - P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