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읽다말고
  • 아침 그리고 저녁
  • 욘 포세
  • 11,250원 (10%↓620)
  • 2019-07-26
  • : 13,135

내게 죽음이란 괴롭고 끔찍한 것이다. ‘아니다, 삶이 끔찍하고 괴롭다’ 말해야 맞다. 나는 깨지기 쉬운 삶이 두렵다. 다른 사람 몫의 불행까지 안고 죽은 망자들이 두렵다. 나도 그처럼 죽어야 할까봐 두렵다. 죽음 자체란 형이상학적인 질문일 것이니 두렵지 않다고 해야하겠다. 깨지기 쉬운 몸이 두려워 하는 폭력이 두렵다. 삶이 끔찍하고 괴롭다고 느낀 때가 언제부터였던가? 역사를 알았을 때부터였겠다.


지금의 한강 작가의 소설에 이르기 전에도 들었다. 어떻게 사람을 가두고, 추방하고, 죽였는지. 어떻게 미치고, 자해하고, 희생됐는지. 내가 관심 갖는 인간의 죽음이란, 자연적인 죽음이었던 적이 없었다. 사실 내가 관심 갖는 것은 삶 뿐이고 그 삶이 해방된 것인가,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어쩌면 구원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러던 나에게 죽음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죽었다.


초소에서 근무를 하던 겨울이었다. 영하의 날씨로 발이 얼어 감각이 없다. 근무가 끝나고 다시 걸을 때면 무릎 바로 아래 정강이로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왜 이렇게 근무하는 데 추울까?’


‘지구의 공전궤도가 바껴서입니다, 이 상병 님’


‘분단국가라서 징병된 것 때문일 수도 있어.’


‘아, 그럴 수도 있겠지 말입니다.’


어디까지가 자연의 일이고 어디부터는 사람의 일일까? 나는 철저히 현실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 죽음마저도 순전한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못 하는 나의 태도 때문이다. 내가 듣고, 내가 보고, 내가 마주할 죽음이 살인이나 자살이 아닐까 두려워 떤다.


당장 아침이 올지 저녁이 올지 모르고 인간 세상이 두려워 떠는 삶이 우리에게서 끝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침 그리고 저녁>(욘 포세)의 세계가 아름답다. 부모는 조용히 저녁을 맞고, 자식은 부지런히 아침을 맞는 세계다. 삶도 죽음이 두렵지 않은 세계다. “마르타가 산고를 치르고 무사한가. 산파 안나가 괜찮다고, 분명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얼른 다음 장에서 마르타와 갓 태어난 아이가 모두 건강하다고 읽고 싶다.” 내가 욘 포세의 글을 읽으면서 바랐던 전부였다. 그는 건너뛰어 요하네스가 잘 살았고 죽었다는 걸 전해줬다. 만족스럽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