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方方, 본명 汪芳)의 장편소설 『軟埋』(Soft Burial)은 2016년 8월 출간되었다. 팡팡은 1955년 난징 출생이고, 2010년 루쉰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2020년 『우한일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연매장은 현대사 소설이다. 토지개혁은 1950~1952년 전국적으로 본격화되었다. 소설은 특히나 토지 불평등이 컸던 중국 남방을 배경으로 땅과 강, 재산과 집, 원한과 죽음에 얽힌 인간의 “기억과 망각”을 담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작가가 그리는 현대는 망각을 선택한 사람들의 인생사라는 점을 밝혀둔다. 연매장은 2017년 루야오문학상 수상 이후 토지개혁 묘사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고, 그해 5월 인민문학출판사가 인쇄를 중단하고 책을 서점에서 철수시켰다.
인간은 거대한 강줄기를 따라 정착했다. 농경이 시작된 다음부터 역사에서 자연의 강물은 그 중요성이 사라진 적이 없다. 칭린 가계도를 답사하기에 앞서 쓰촨과 후베이성 일대의 지리를 답사해 본다. 쓰촨·충칭 일대 공간이다. 장강 상류에서 삼협으로 이어지는 지역으로 중국 4대 분지 가운데 하나인 쓰촨 분지가 자리 잡고 있다. 장강은 청장고원의 탕구라산맥 일대에서 발원한다. 장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며 쓰촨 분지를 지나 충칭에 이르고, 삼협을 통과한 뒤 후베이성 이창을 지나 중하류로 향한다. 쌴샤 댐은 이 동쪽 끝에 놓여 있다. 현대 중국의 위용을 드러내는 국가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은 1994년 착공하여 길이 2.3km, 높이 181m에 이르는 댐을 지었다. 막은 물은 장강을 따라 600km가 넘는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었다. 평균 저수량은 393억㎥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약 130만 명이 이주했다. 딩쯔타오의 본가 체런루도 이 수몰 지역에 속해있다(류 씨 가문의 싼즈탕은 수몰지역이 아니었음을 혼돈을 피하기 위해 밝혀둔다).
인간은 역사에서 인간을 중심에 두고 기억하고자 하지만, 언제나 인간의 역사는 표층에 머물러 왔다. 땅 위에서 인간은 강물보다 얕다. 강물은 산천을 바꾸고 강산을 이루지만, 인간은 우화 속에서나 우공이산을 해냈을 뿐 당장 오늘을 먹고 살기에 급급했다. 줄곧 자연에 순응해서 살아왔고, 그 다음엔 계급에 순응했다. 농민 위에 지주가 긴 시간 군림했다. 그 사이 여러 왕조가 일어서고 무너졌으나 지주는 굳건했다. 마침내 1950년 공산당의 토지개혁이 몰려왔다. 그 결과 류 씨 가문은 싼즈탕에서 집단자살하고 연매장했다. 자연보다 인간의 의지가 역사를 바꾼다는 전망이 컸던 혁명의 시대였다. 마을 농민들은 류 씨 가문의 재산을 재분배했고, 그들의 성 씨까지 가져갔다. 유학 중이던 두 아들은 수십 년 뒤에 찾아왔고, 혈족이 아닌 류 씨들에게 인사를 했다. 싼즈탕에 연매장된 묘들을 이장하지 않고 두기로 하였다. 농민들은 자신들이 화를 입을 것을 염려해 손을 놓았고, 후손들은 연매장을 그대로 두었다. 멸문을 받아들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토지개혁은 중국 공산당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다.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이미 완공된 쌴샤 댐을 무너뜨릴 수 없는 것과 같다.
싼즈탕은 류 씨 가문이 쌓은 재산의 정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깊은 산중에 대저택이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거대한 총안과 포대를 갖춘 망루가 서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아름다운 월문과 정원을 동시에 갖췄던가? 그들 류 씨 가문은 오래전 양귀비를 재배해서 야편을 만들어 팔아 부자가 되었다. 그들은 여느 지주들처럼 축재하길 멈추지 못했고, 여느 지주들처럼 농민과 비적떼에 대한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외부와의 단절을 선택했다. 누구든 막아낼 수 있는 높은 벽과 견고한 포대를 갖췄다. 집은 농민과 지주 사이는 이만큼 멀었다. 밖에서 어떤 환란이 펼쳐지든 안에서 버틸 수 있도록 우물을 파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집안도 진뎬에 의해 무너졌다. 어리석게도 연민을 품고 원수의 자손을 들였던 것이다. 진뎬은 류 씨 가문으로 인해 몰락한 지주의 자손 출생이다. 그는 공산주의자가 되어서 지주들을 벌했다. 류씨 가문의 딸 후이위안을 원했으나 결코 갖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이윈(딩쯔타오)는 경고했다. “너와 우리 가문은 원수지간이다. 결코 통혼할 수 없다. 가난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뎬은 용서하지 않았다.
모두를 연매장하고 다이윈은 비밀통로를 통해 탈출한다. 작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도피했다. 배는 난파되고 아들 딩쯔를 잃었다. 다이윈은 급류에 떠내려 발견됐다. 강은 다이윈에게 새 삶을 주었다. 대신 다이윈은 기억을 잃었다. 함께 공포를 얻었다. 우자이밍을 만나서 아들 칭린을 낳았다. 우자이밍은 자신을 구해준 의사였다. 그가 먼저 떠나고 나서야 자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걸 느끼고 딩쯔타오는 평온을 얻는다. 평생을 남의 집 갖어부로 살았으나 그것이 제일 좋았다. 아들이 장성하고 어머니를 위해 저택을 샀다. 아버지의 유훈을 따라 칭린은 효자가 되고자 했다. 저택에 딩쯔타오를 모신 첫 날 어머니를 혼수상태에 빠져 2년을 보내고 사망한다. 소설은 두 축을 다룬다. 딩쯔타오가 다이윈이던 시절의 기억을 열여덞개의 지옥으로 형상하여 그녀가 잃어버린 기억을 혼수상태 속에서 다시 겪고 있음을 표현한다. 다른 한 축으로는 칭린이 답사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의 과거 정체에 다가가는 과정을 전달한다. 칭린의 선택은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것, 아버지의 유훈을 따르는 것이다. 과거에 다가는 과정에서 노인이 된 혁명 영웅 류진위안 가족과 칭린의 가족의 깊은 인연이 회복된다.
류정치위원은 과거 비적 소탕을 함께 했던 동지들을 위한 증언에 나선다. 죽을 날이 얼마 노병들은 혁명 공로를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나갔다. 류정치위원은 칭린의 회사 사장 류샤오촨의 아버지이고, 사장의 부탁으로 칭린은 급히 후수이당 답사를 멈추고 여정에 동행한다. 답사와 여정 모두 토지개혁 시기의 혼돈과 연관되어 있고, 그 시대에 남은 흔적들이었다는 점이 칭린의 시야에 정리된다. 결정적으로 우자이밍이 남긴 유고 노트를 읽고나서 칭린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투쟁대회를 통해 몰락한 지주 계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어머니의 친족을 찾아 만나게 해준다면 어머니가 깨어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칭린은 어머니의 과거를 찾아 떠난다. 류샤오촨은 자신이 칭린의 어머님 딩쯔타오의 손에 자랐으며, 두 집안의 인연이 깊다는 사실을 알고 칭린을 지원한다. 그렇게 칭린은 산쯔탕에 도달했고, 더는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작가가 표현하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류정치위원은 마지막으로 귀향할 때 완저우에서 유람선을 타고 강물을 따라 돌아간다. 이때 어렴풋이 칭린과의 인연을 느끼지만,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사망한다. 사람의 집은 자연과 어우러져야 한다. 사람은 인생은 강물처럼 사는 것이 좋다. 칭린이 느끼는 소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