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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의 재난 연구자 한 분을 만났다.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이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했다.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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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군복무를 대신해 공중보건의사로 일하는 것뿐인데, 그곳에서 의사란 사회 밑바닥을 떨오진 사람들을 안전한 위치에서 관찰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있다는 환상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묘한 자리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기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살아가지만, 그곳에서 저와 같이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입은 몇몇은 주어진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돕는 선한 행동이 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