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제목인 '독신의 탄생'과는 무관한 책이다.
그보단, 원 제목(History of Celibacy, 독신/금욕의 역사)처럼 금욕과 독신의 다양한 사례들을 시대, 지역, 종교 등에 따라 소개한 책이다. 혹시, '독신의 기원'에 대한 인류학적, 문화사적, 철학적, 혹은 심리학적 통찰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책 내용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다종다기한 사례들을 통해 인간 사회에 존재했던 독신과 금욕의 양태나 변천 과정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다. 그런 면에서,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장기간 정리하고 고민하며 글을 써내려갔을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초기 기독교 교부들의 처절하고도 한편으로 웃프기까지 한 금욕의 노력들('금욕'이라기 보다는 (여)성으로부터의 절박한 '도피')이나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한 가학적이고 변태적이고 역겨운 '독신(인도의 Satie와 같은 것도 포함한다)의 사례들은 흥미롭고도 충격적이다.
주석을 빼고도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고 번역 또한 매끈한 편이며(군데군데, 고급스런? 한국어 단어를 적시적소에 잘 활용했다), 흥미를 끌만한 사례들도 무척이나 많이 소개되고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일독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