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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jikhang님의 서재

제목이 역설적이다. 원래 인간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기계라는 도구가 실현하는 것이지 않은가? 제목은 최근 현실 속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고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자율 주행, 요즘 가장 주목받는 메타버스까지. 인간의 삶을 대체하고 있는 기계화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를 넘어 우려와 불안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상징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으로 표현했다.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결국 인간의 삶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그간 인간이 겪어온 것들과는 차원이 다를거라고 장담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리는 심화된 개인화와 경제적 자유주의로 인해 각자도생의 무의식이 지배하는 극도의 경쟁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좌절을 실감하고 있는 대중에게 주어진 기계화의 역설은 피할 수 없다는 피지배감과 함께 무력과 두려움을 준다.

사실 세상의 변화는 피한다고 피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이뤄지고 있는 변화의 속도와 폭은 개인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매일 쏟아지는 신기술, IT제품, 정보 속에서 나만 뒤쳐지고 있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은 모두의 이성에 작동한다. 그간 겪어본 적이 없는 변화의 폭주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찾아내야 할까? 그래서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

저자: 홍성원​

저자의 배경을 보니 경영학을 공부한 인사관리 전문가이다. 오랜 시간 역량평가, 인사관리, 직무능력개발, 리더십 등 HR 분야에 천착하여 왔고 다양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실무를 경험했다.기계와 인간의 직업에서의 대립이라는 주제를 풀어내는데 적합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신뢰감이 느껴졌다.실제로 이런 배경을 토대로 현실적이고 실무적으로 기계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구성

PART 1. 생각하는 기계와 대결하는 인간

그간 인간이 기계를 통해 발전과 성장을 이뤄내며, 동시에 발생한 기계와의 대립의 역사를 통해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초기 산업화 시절부터 인간의 직업이 기계로 대체되며 나타난 부작용과 갈등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설명한다. 자동차의 등장 전 운송수단이었던 말과 말똥의 사례처럼 재밌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특히 인간과 기계가 승패를 겨룬 5번의 사건을 시대순으로 나열하여 그 과정과 배경을 이해하게 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PART 2.

인간이 종사하는 여러 직무 중 가장 대중적인 분야를 4가지 세분화하여 선정하고 각각 맞춤형으로 설명한다. 영업 서비스직, 제조 현장직, 연구 개발직, 사무 관리직의 네 영역으로 나누었다. 각 영역에서의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직무능력 등 갖춰야 할 다양한 요소와 역량을 인사관리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한다. 각자 종사하는 혹은 관심있는 분야에 맞춰 읽고 숙고해볼만하다.

PART 3.

저자는 사고력을 강조한다. 기계는 인간의 요구에 따라 작동할 뿐 사고하지 못한다. 알파고는 바둑을 두지만 승패에 감정을 담거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의지를 다지지 않는다. 인간과 기계의 결정적 차이점인 사고력을 키우고 시대에 맞는 사람으로 거듭나라고 한다. 문제는 기계가 해결해준다.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사고력인 것이다. 저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 생각 근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인간의 직업과 미래는 자기 손으로 만든 기계때문에 파멸로 치달을까? 모든게 기계로 대체되면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돈은 누가, 어떻게 벌며, 다수가 돈을 벌지 못하는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미증유의 세상. 상상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미래는 과연 언제쯤 올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나? 뭘 준비해야 하나? 준비하면 될까?

전문가들은 주로 예측만 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우리는 불안하고, 불안을 해소하려는 욕구는 그려진듯 선명한 대안을 얻고 싶어한다. 책을 읽고나니 이제 막 피부에 와닿던 막연한 불안감이 구체화되고 어느 정도 해소가 이뤄진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힌트도 얻었다. 우리는 자율주행차안에서 남는 시간을 인간답기에 쓰기보다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때울 가능성이 높다. 기계와의 대결에서 패하는 순간이다.

책이 다룬 주제, 그 심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같이 고민이라도 해줄 수 있을까? 처음 제목을 접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저자는 의외로 담담하게 기술의 발전에 겁먹지 말라고 한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 걱정보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인간에게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 안도가 되면서 듣고 싶던 답을 들려준 데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강한 확증편향이 작동한다.

인간의 미래는 아직 비관적이지 않다. 최소한 기계와의 대결에서는 그렇다. 기계를 도구로 사용하며 인간성을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다. 인간의 가치와 삶은 기계 자체로 인해 붕괴되지 않을 것 같다. 대신 기계가 주는 편리함에 도취되어 자아을 상실하지 않아야 하며 생각과 노력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저자는 특별히 익숙함을 거부하고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책이 좀 더 두꺼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심도있고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인사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이 더 깊게, 더 많이 담겼으면 좋았겠다 생각을 했다. 잘 간추려져서 읽기는 편리했지만..

내용과 별개로 한가지 재밌는 것은 띠지 모양으로 표지를 인쇄한 것 이었다. 띠지라는게 할수도 안 할수도 없는 출판계의 계륵?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사실 책을 사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버리기는 왠지 아깝고 그렇다고 씌운 채로 읽기는 불편해서 참 애매한 물건이다. 환경을 위해서도 그렇고 비용 등 띠지를 없애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인쇄를 해서 효과를 보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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