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며칠간 게임스탑 등 미국 나스닥 기업들이 네이버 실검 상위에 올라 있다. 주가 변동이슈가 있는 국내 기업들도 다수 실검에 올라와 있는 모습에서 최근의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코로나로 인한 주가 폭락 이후로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되는 투자열풍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공매도 허용이나 폭락 우려 등 여러 말이 있지만 전 세계가 경기부양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이미 넘치고 있는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당분간 부동산과 함께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릴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득 그 갑작스런 열풍속으로 새롭게 뛰어든 개미들은 모두 주식투자의 기본을 잘 이해한 사람들일까? 단순한 궁금증이 들었다. 기초적인 지식이나 투자에 대한 이해가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식으로 뛰어들었다면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더구나 피같은 돈을 투자하는 냉정한 승부에 기본지식도 없이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무모하게 느껴진다.
회계 공부할 때 세력과 외국인 등의 작전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희생된 사례를 많이 들었다. 손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재무제표와 공시만 잘 봤어도 충분히 파악이 가능했었다고 한다. 그런 사례가 셀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호시탐탐 먹이감을 노리는 세력들이 난무하는 냉혹한 시장에서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관련 지식을 꾸준히 쌓고 다양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의외로 공부를 안하고 기본을 무시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작가는 실무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차트창에서 배운 이론이 아닌 냉엄한 실무의 현장 한복판에서 실제 세력들과 부딪히며 산전수전을 겪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 경험과 현실을 통해 세력의 흔적이 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실체를 밝히고 손실을 입지 않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을 표했다.
책의 내용은 현장감이 넘친다. 마치 세력들의 작전을 눈으로 보는것 같은 생생하고 자세한 설명이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을 재미를 느끼며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 몰입감이 좋고 이해도 쉽다. 저자가 글을 아주 잘 쓴다고 느꼈다. 세력이라는, 영화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막연한 존재였으나 그 실존을 느끼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투자와 시장의 구조적인 측면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의 후반에는 실제 세력들의 사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데 투자의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시장과 법의 약점을 이용해 큰 돈을 버는(결국 남의 돈을 뺏는) 세력들의 삶을 통해 탐욕의 끝에서 만나는 허무한 인간사까지 고찰해볼 수 있었다.
초반에는 메자닌, CB, BW, EB 같은 용어가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공시 정보의 중요성을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으며, 차트에 드러난 피상적 패턴 외에도 실제 세력들이 어떻게 공시를 이용하는지 방법을 자세히 안내한다. 실제 공시의 사례를 보여주며 세부 항목과 의도를 안내해주어 이해가 쉽다. 또한 글을 통한 설명 외에도 각 사례에 대한 주가 변동추이를 차트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안내해주니 학습효율도 높다. 각 장 마다 DART 포인트와 핵심키워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주식시장이 운영되는 구성요소와 배경에 대한 실질적 지식이 많다. 읽는 중간 중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책의 내용과 거의 같은 실제 사례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특히 "3장 주가가 움직이기 전 공시에 나타나는 신호"은 책의 핵심 사항이 정리되어 있다. 세력이 작전을 진행하기 위해 공시를 이용하는 전체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생생하게 안내하는데 이론에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실제 세력의 입장에서 구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실제 세력을 인터뷰하고 세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은 전반에 흐르던 책의 냉정함을 넘어 감정을 일으킨다.
"결국 세력도 별 수 없는 비루한 인간이기에 각개 전투로 몸부림치고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혈투를 벌이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이런 스토리의 끝은 단 몇 줄짜리 공시로 마침표를 찍는다. 개인투자자나 실패한 세력에게나 참으로 허탈하고 무정한 바닥이다."
세력도 결국 비루한 인간이다. 그들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좌절하고 후회하는 인간이며 동료를 의심하고 전전긍긍한다. 그 수 많은 음모와 탐욕의 결론이 단 몇 줄짜리 공시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하니 허무한 마음도 들지만 그 안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면 비참하고 무서운 생각도 든다.
주식시장에 대한 단순한 지식만 얻은게 아니었다. 인간의 삶과 탐욕이 무슨일을 벌일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게 하니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쉽게 접하기 힘든 좋은 지식과 그 안에 사람의 삶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