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9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독서모임을 계속했냐는 질문을 받으면
살려고 그랬다고 답했다.
_<엄마 독서모임의 질문들> 프롤로그 첫 문장
너무 비장하다고? 아니. 너무 당연하게 끄덕거리며 넘어가는데
바로 뒤에 이어지는 문장이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책 읽는 엄마일 것이다."
맞다. 맞다.
끊임없이 나를 계속 내어주어야 하는 엄마의 숙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나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애 키우기도 바쁜데 무슨 독서고 무슨 사유야?
아니. 애 키우는 것만도 정신 없는 건 사실이지만
척박한 광야의 시간을 지나면서 성장하는 게 인간의 원리인 것인지ㅎ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엄마가 되면서 가장 절실하게 자아 탐구를 했던 것 같다.
나를 잃어버리게 될 때 그동안 몰랐던 나라는 존재에게 가장 처절하게 눈길이 갔다.
이 책에는 엄마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과 질문들이 단정하게 담겨 있다.
그림책, 산문, 문학, 고전, 사회인문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볼 수 있다.
굳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관심 가는 책이 있다면, 목차를 보고 먼저 골라서 보는 것도 괜찮을 듯.
그리고 각 챕터마다 함께 나눌 질문들이 뒤에 붙어 있는데 이게 참 유용했다.
나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자문자답해보기도 하고,
모임에서 이런 질문들을 서로 나누게 되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지 상상하는 것만도 내 생각이 풍성해지는 것 같았다.
여러 독서 모임에 몸을 담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독서 모임만 세어 보아도...
원서북클럽, 토지 슬로리딩, 동의보감 슬로리딩, 마미독서, 필사모임...
이렇게 많은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나
내가 직접 독서모임의 주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선뜻 들지 않았었다. 부담 컥.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렇게 단정하게 차곡차곡
독서모임에서 생겨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자들의 주옥같은 생각들을 듣고 와, 좋다. 감탄만 하다가
그 좋은 이야기들이 공중에 녹아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
이렇게 구슬에 실 꿰듯 정리해 놓았으면 두고두고 다시 볼 수 있었을 텐데.
'이해라는 끝없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에서
'책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짧은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특별히
엄마라는 자리에서 엄마의 시선으로 사유하길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