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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o07님의 서재
  • 논리는 나의 힘
  • 최훈
  • 19,800원 (10%1,100)
  • 2015-03-09
  • : 2,343

그러고보면 난 최훈 저자의 책을 이것 저것 많이 사서 읽은 것같다. 그렇게 최훈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것은 그의 책 내용이 좋아서였다. 그가 쓴 <위험한 철학책>은 그 중에서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변호사 논증법도 가장 기초적인 논리적 사고를 쉬운 언어와 다양한 예시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논리는 나의 힘>이라는 이 책은 그의 저서 중 가히 최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45 page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의 결정을 지지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발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좋은 논증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전제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제가 거짓이나 의심살만한 것이면, 이미 건전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그러한 논증을 논리학적 기준으로 좋은 논증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제의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좋은 논증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친절하게도 "발품"을 팔아야한다고 써두었다. 결론으로 향하는 각 전제들의 참/거짓의 진리값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다른 학문의 지식을 빌려오는 일이기도 해서 본래 논리학 책에서는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논리학책은 형식만을 주로 다루는 것이다. 


내용까지 중요해진 것은 흔히 말하는 Critical Thinking이라는 것이 서구사회에서 대두하면서 나온 일이였다. Informal Logic이라는 것은 이후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아마 최훈의 이 책 역시 그러한 기조 하에서, 논술 광풍이 불어대던 그 시점에 초판본이 나왔다는 것을 상기하면 저술 목적이나 책 내용 수준이 이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의 우격다짐은 곤란하다. 


우선 '발품'을 팔아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본인이 '발품'을 팔지 않았다.


290 페이지에 WEF 세계 성 격차 지수(136개국 중 111위)를 운운하며 다소(?) 객관적 절차를 통하지 않고는 여자의 취업이 힘들고 유리천장이 있어서 승진을 못한다고 쓰고 있다.


심지어 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나서 뒤에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논증의 기본이다"라고 쓰고있다. 


자, 그럼 최훈의 주장이 정말 제대로 된 근거를 통해 결론으로 나아간 것임을 살펴보자.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최훈이 WEF를 운운한 부분이다. 최근에 페미니스트들도 이 수치를 들고 나오지 않는다. 바로 논박당하고 바보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있다. 수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이 수치를 가지고 한국 남자들을 대놓고 욕하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JTBC 뉴스룸에서 이게 진짜인가 하고 검증을 했다. 


혹시 이 책이 나온 다음에 이 수치를 남녀평등의 객관적 지표로 쓰기에 엉터리라는 것이 입증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최훈 저자가 발품을 팔았음에도 몰랐던 것은 아닐까?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초판 4쇄로 2016년 8월 18일날 나온 것이라 적혀있다. JTBC 뉴스룸 김필규 기자가 팩트체크하면서 방송에 나온 것이 2014년이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발품'을 팔았는지 매우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럼 저 수치를 근거로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왜 바보같은 논리인지를 확인해보자. 


우선 WEF 수치를 보면 우리 나라 여성인권이 중국이나 기타 아프리카 독재 국가들보다 낮게 나온다. 페미니스트들을 고의적으로 이 수치를 들고 나와 우리나라가 여혐국가라는 논리를 펼쳐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WEF 수치에서는 식자율도 남자/여자 차이가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 어느 가정에서 딸이라고 글을 가르치지 않고, 남자 아들이라고 글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들어봤는가? 지금이 16세기 조선시대도 아니고 초중고 무상교육 시대에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WEF에서는 아니다. 이 수치에서는 아직도 이 나라는 조선 후기이다. 


이 수치가 문제 삼고 있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도 그러하다. 심지어 남자가 군대를 간 상태인 휴학생을 모두를 대학 진학율로 포함시킨 이 수치는 황당하기까지하다.


우간다가 28위, 탄자니아가 46위, 한국이 111위...


여자들이 할례를 강제로 당하고 명예살인을 당하는 나라보다 한국이 무려 50위권 더 낮은 것이다. 


이 수치를 믿어야 할까? 아프리카 어디 작은 나라에서 내전으로 똑같이 남녀 교육을 받지 못하면 교육 분야에서 남녀평등을 이룬 것으로 나오고, 한국에서 군대간 휴학생들까지 포함시켜 남성 대학진학률을 100% 이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수치를 가지고 우리는 논리적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더구나 이 책은 아주 기초적인 논리학 서적으로서 중고등학생들이 볼만한 책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자료에 더 신중하고 이 책에 실릴 논증에 대해서 2차 검증하는 작업이 저자에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저자 최훈은 이런 부분에서 '발품'을 팔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삶의 가치관 같은 것이 은은히 베어있다. 그는 196페이지부터는 동물의 권리나 윤리적 채식을 주장하던 평소의 그<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등>처럼 보신탕논쟁을(아마 내 기억으로는 <변호사논증>이라는 그의 저술에서도 그는 손석희 브릿지바르도 개고기논쟁을 거론하며 자비로운 해석 운운하며 브릿지바르도 편을 들었던 것 같다) 거론하고, 뜬금없이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가 담긴 문장을 적어두었다(281page)...


그동안 저자가 출판했던 책들과 이 책에 실린 예들을 보면 최훈 저자 본인이 흔히 말하는 진보(?)적인 사람이고 보신탕 개고기 문화를 비판(?)하며, 동물을 사랑(?)하며 윤리적 채식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 책을 보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그러한 관점을 다른 책도 아니고 "논리" 운운하는 이 책에 써내려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이 책이 이제 막 사고와 삶의 가치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는 청소년을 메인으로 타겟팅된 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래저래 이 책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책이다.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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