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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범죄실록
- 정명섭
- 18,000원 (10%↓
1,000) - 2026-07-29
: 3,530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범죄는 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자, 인간의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엄격한 유교 질서와 성리학적 명분에 가려져 있던 조선 시대의 입체적인 민낯을 범죄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게 해준다. 책 속에는 도박, 살인, 대리 시험, 조직폭력배, 납치와 유괴 등 현대 사회에서도 익숙하게 들려오는 다양한 범죄 사건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수백 년이라는 시간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발생했던 수많은 사건·사고는 오늘날의 뉴스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다가온 사실은, 시대와 제도가 아무리 변해도 통제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지려는 탐욕, 순간의 격정을 참지 못한 분노,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다 벌어지는 비극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범죄자를 양산해냈다. 일부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죄를 저질렀고, 또 누군가는 사회적 모순과 가난 속에서 본의 아니게 범법자의 길로 들어섰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과거 조선의 사법·치안 체계와 현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조직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비교해 보게 만든 점이다. 과학 수사 기법이 전무했던 조선 시대에는 주로 정황증거와 고문, 제보에 의존해 범인을 추적했다. 이로 인해 엄격한 신분제적 한계와 한심할 정도의 수사적 허점이 결합하면서 수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희생되기도 했다. 현대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극과 억울함이 일상처럼 벌어졌던 셈이다. 조선의 법의학서가 활용되었다고는 하나, 과학적 기술과 엄격한 적법 절차를 갖춘 현대 시스템과의 격차는 매우 컸다.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치안과 안전의 가치를 다시금 새기게 된다. 수많은 시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현대의 경찰 조직과 공공 치안 시스템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역사의 비극을 거쳐 발전해 왔다. 밤거리를 비교적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법적 절차에 따라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으며 수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치안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경찰관들의 노고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비용이 합쳐져 비로소 유지되는 소중한 결실이다.
단순히 과거의 자극적인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 시스템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반성하게 해준다. 신분제와 한계 상황 속에서 무력하게 마주해야 했던 조선 민중의 비극적 삶을 추적하는 동안, 시공간을 초월해 작동하는 인간의 야만성과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욕망에 대한 쓸쓸한 기록이자,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제도와 노력을 지켜나가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뜻깊은 역사 보고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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