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명작 소설이나 동화를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다. 그때는 그저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결론이었는데 과연 그런 결말로 이어졌을까? 이런 생각으로 나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 뒷이야기를 적어본 적 있었다. 물론 나 말고도 이런 상상을 한 작가들이 많아서 동화를 뒤집어 보는 것을 많이 해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걸리버 정착기]는 전혀 다르다. 세계 최초로 AI 패스티시라는 생소한 분야의 소설이다. 즉 원작의 조각을 짜 맞추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사람이 아니라 AI가 했다는 것이다. AI가 창작 분야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말로는 들어봤지만 그 실체를 접해본 적은 없다. 명작 중 하나인 걸리버 여행기를 바탕으로 뒷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 낸 것인데 걸리버가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즉, 최소 300살을 넘었다는 설정인지 시대를 초월한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거인국, 소인국을 비롯하여 말들이 지배자가 되는 휴이넘의 나라까지 여행하고 왔으니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의 경우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껏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실제로 걸리버가 이런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면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되었거나 정신이상자로 판명 받았을지 모른다.
소설에서는 조금 완화시켜 인간 본성, 권력, 지식, 도덕성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것 정도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는 가족들과의 서먹한 관계를 만들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마 소설의 배경은 걸리버 여행기가 작성되었던 당시인 것 같다. 돛을 올리고 항구를 떠난다는 설정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그런데 약간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은 있다. 지하철이 당시에는 없었을 텐데 지하철을 처음 타보 고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자신과 동일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보고 놀란다거나 멀티플렉스가 뭔지 몰라서 묻는 장면을 보면 AI가 걸리버 여행기가 작성된 시절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되지 않았거나 애써 무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되었던 AI가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와서 인간 작가의 영역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물론 그것을 학습시키고 결과를 보고 다듬는 사람은 아직은 인간 작가이다. 인공지능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있었는데 걸리버 여행기가 당시 시대 상황과 정치를 풍자했다고 하는데 [걸리버 정착기]도 어떤 면에서는 AI가 발전한 미래에 대한 우려에 대해 시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