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계절이 바뀔 때면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법정스님의 정기법회 소식이 그것이다.
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스님의 법회소식이 들려올 때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며 그곳에 계실 스님 생각을 하면
세상 어딘가 마음 쉴 곳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곤 하였다.
늘 법문을 들으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법문을 하시고 나면 늘 신문지면의 한 자락을 흐르고 있는 스님의 말씀을 찾아
몇번이고 되뇌이며 읽곤 하였다.
수년 전 처음 스님의 법문을 들으러 길상사에 갔던 기억이 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스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다만 그 말씀만 경청하고 나왔었지만
청량하고 맑은 바람같은 말씀, 꽃같은 웃음소리만은 늘 이 가슴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인지 스님의 말씀을 글귀로 대하더라도 그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 한켠이 풋풋하고도 따스한 정감으로 차오르곤 하는 것이다.
그런 법문이 하나 하나 채록되어져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니 기쁘기만 하다.
그렇지만 기쁨으로만 이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은
서문에서 말씀하신 스님 말씀이 자꾸만 눈을 아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폐렴을 앓으셨다는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 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밝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스승이 육체의 건강을 회복해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여러 계절을 더 맑은 가르침으로 채워 주기를 바라며 이 법문집을 펴냈다는
덕현스님, 덕진 스님, 덕문 스님, 류시화 시인의 기원처럼
스님이 다시 건강해지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다시금 우리들 앞에 앉으셔서 바람같고 꽃같은 맑은 법문을 들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