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NOW>.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이 사회에 부단히 명상서적을 소개해오던
류시화 시인의 노력의 결정판이다.
그동안 에크하르트 톨레의 신작 <A NEW EARTH>를 읽으며,
번역서가 나오기를 기다린 독자들에게,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나의 기대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부제 그대로 이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들에게
지구차원에서의 삶과 존재에 대한 매우 중요한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 나는 톨레가 들려주는
죽음을 앞둔 어느 여인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이야기는 마치 할머니가 손녀에게 조근 조근 삶을 풀어내며
따뜻한 가슴으로 이 삶과 자기 자신을 이해하라고 전해주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움켜쥐는 마음이 아니라 그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라는 것을.
그러면 삶은 고통이 아닌 기쁨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것을.
이 삶은 우리에게 그것을 깨우쳐주기 위한 하나의 장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옮겨본다.
어떤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학교 교사였는데
암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몇 달밖에 못 살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톨레는 상담가로 일주일에 두 번씩 그녀를 찾아가곤 했는데,
어느 날 그녀는 몹시 절망하고 있었다.
그녀가 매우 소중하게 아껴오던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매일 반나절씩 그녀를 간병하러 오는 여성이 훔쳐간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이 무자비하고 냉정한 간병인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때 톨레는 한 가지 명상을 제안하였다.
그녀의 삶의 이 시점에서 한 개의 반지 또는 다른 어떤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하여.
그리고 언젠가는 두고 떠나야 할 그 반지를 내려놓는 일로 인해
당신의 존재가 줄어드는지를 물었다.
그 물음의 순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곧 그 반지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자신의 존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뒤 그녀의 육신은 점점 더 허약해져 갔지만 그녀는 더욱 빛이 났다.
마치 그녀를 통해 빛이 비쳐 나오는 것처럼.
그녀는 죽기 전 자신의 소유물 대부분을 나눠 주었으며,
몇 가지는 반지를 훔쳐갔다고 의심했던 여인에게도 선물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기쁨은 커져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고 전화를 하면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죽기 전 욕실 약장 안에서 잃어버린 반지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간병하는 여인이 그 반지를 되돌려 놓았는지 아니면 내내 그곳에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삶은 의식의 진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경험만을 우리에게 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