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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1803님의 서재
  •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
  • 시그리드 누네즈
  • 16,650원 (10%920)
  • 2026-07-15
  • : 9,430
작가는 1951년 미국 뉴욕에서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설의 화자 역시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작가 자신의 성장 배경이 상당 부분 녹아 있어 자전소설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읽다보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몰입감이 좋은 것도 있다.

소설은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아버지, 2부는 어머니, 3부는 자신이 배우던 발레수업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는 러시아 이민자 남성과의 관계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 소설이 가장 큰 강점!!!은 화자의 표현속에 나오는 상황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는 것이다.

✏️ 서로 배경도 다르고 성격도 달랐던 두 부모를 다시 회상하며, 화자는 무엇을 물려 받았으며 그 흔적들이 어떻게 자신을 만들고 있는지 되짚어본다. 단순히 바라보면 부모를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렇게만 판단하기에는 너무 많은 구멍들이 존재한다.

✏️ 중국계 파나마인 아버지는 일생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국어를 말하는 모습도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렇다고 영어를 배우지도 않았다. 배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반면에 독일인 어머니는 자신의 고향에 대하여, 독일어로 된 노래와 시를 통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영어를 배우고 말하는 것에도 열심이었다. 이런 다른 성향의 부모에게서 화자는 무엇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을까. 상대에 대하여 많이 안다는 것이, 상대를 잘 이해한다는 것과 동일시 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침묵을 해석하는 것이,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사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 화자는 부모의 과거를 완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의 삶을 자신이 아는 한에서 상상하고 재구성한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부모의 모습은 어느 정도까지가 실제의 모습일까. 우리의 기억과 상상이 조합하여 우리가 만들어낸 부모는 아닐까.

✏️ 자신의 어린시절과 부모님의 삶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화자가 성인이 된 후의 일이다. 과거의 사건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사건의 의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시점의 해석을 진짜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책표지는 3부를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2부까지 읽으면서 책표지를 왜 이렇게 해놨는지 의아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제목이 갖는 의미까지 생각하게 된다. 빙겐의 성녀 힐데가르트의 표현 '신의 숨결에 날리는 깃털(p. 176)이 나온다. 깃털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무언가의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존재로서의 인간과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면서 하게 된 발레는 상반된 이미지와 의미를 갖는다. 제목과 표지의 이런 멋진 어울림이라니.

✏️ 4부에서 러시아 이민자인 바딤이라는 남성과의 만남은, 어쩌면 화자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게 들어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1부에서 4부까지 발레의 부분을 제외하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언어'라는 것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뭐 그럴수 있지라고 생각되던 부분도 제3자와의 언어의 문제에서는 결이 달라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화두가 부모에게도 미친다. 언어의 차이는 사람사이의 거리가 된다. 서로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깊은 관계가 가능한 것인가. 오히려 그 사이의 간극때문에 보듬어가며 깊어질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독서모임에서 꼭 한번 같이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책을 복복서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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