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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1803님의 서재
  •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 이유진
  • 15,120원 (10%840)
  • 2026-07-23
  • : 775
이유진 에세이《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이라는 부제를 안고 있다.

20여년 연락이 닿지 않던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방의 냉장고에 붙여놓은 쪽지에 써있는 글귀이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오랜세월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해도,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자가 느꼈을 감정은 사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얽혔을 텐데, 어찌 단어 몇 개로 나열할 수 있을까.

사전에서 연고(緣故)의 의미를 찾았다.
1. 일의 까닭
2. 혈통, 정분, 법률 따위로 맺어진 관계
3. 사람들 사이에 맺어진 관계

한자를 보니, 인연의 까닭(이유)이라는 조합도 가능해진다. 누군가와 맺어진 인연의 이유라고 여기니, 연고라는 글자가 새삼스레 각별해진다.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글을 시작하지만, 어머니, 아내, 아이들 사이에서, 지나쳐온 일상에서, 연고가 가지는 의미들을 되짚어간다. 그리고 빈소없이 시작된 그날로부터 쌓여진 글들이 빈소가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서, 희미하게나 그 곳곳의 마음들이 전해지는 글이다.


p. 57~58
외등 하나. 평소라면 모두 잠들 무렵 꺼버렸을 불. 그 불이 켜져 있다는 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뜻이었다.

아버지에게는 그 외등이 없었다. 아니, 있었는데 스스로 꺼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p. 71~72
아버지도 그랬을까. 출구가 없는 자리에서, 사람을 살려두는 것마저 벗어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무연고란 어쩌면 그 순간, 자신을 붙들어두던 것들을 견디지 못하는 몸의 이름인지도 몰랐다.


P. 86
이름이 내것이면서 내것이 아닌 순간이 있다. 아버지에게 끝내 붙은 말은 이름조차 아니었다. 이름이 없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아버지는 이름 대신 처리를 위한 말을 달고 갔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그 사람 곁에 남아 있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이름을 잃으면 연고도 함께 사라지는 것인지도.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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