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시적인 사변소설
ever1803 2026/07/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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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 솔베이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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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 - 2026-06-30
: 1,180
솔레이 발레《부피의 계산에 대하여1》
✔️ 결론부터.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최고다. 아직 2권을 마저 읽지도 않고 내리는 결론이지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든다.
소설은 시간의 틈새에 갇혀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타라 셀테르의 이야기이다. 남편 토마스와 함께 고서적상을 운영하며 사는데, 11월18일 책을 구하러 파리로 출장을 가게 되고 그녀의 하루는 계속 반복된다. 일반 타임루프물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텐션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도 없고 정밀함도 없고 규칙도 없다. 단지 처음에는 타라의 말을 믿었던 토마스와의 관계가 조금 달라지는데서 2권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당황스럽고 두렵고 막연하고 외로운 감정. 타라를 따라서 나마저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다. 시간 어딘가로 사라져버릴듯한.
출판사의 '시적인 사변소설'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정확하다.
인덱스를 붙이고 밑줄을 긋게 되는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직 1권에서는 타라가 왜 시간의 틈새로 빠졌는지 모른다. 또 하나의 단서라면 토마스의 세상은 변화가 없으나, 타라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은 소비되어지고 소멸된다는 것이다.
2권이 너무 기대된다.
p. 35~35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집 안에 있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서져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책장에서 종이 묶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는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장에는 치유의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
p. 72
이 기묘한 상황을 웃어넘기기까지는 아마 밤새도록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웃음기는 마치 영구동토 속에 갇혀 있는 기체 방울처럼 가장 아래에 가라앉아 있어, 먼저 불안과 의심의 층을 지나야 하고, 수많은 질문과 답 없는 공백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 114~115
처음으로 두렵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단지 어지럽고 기묘하고 조금 으스스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아무 의미도 없고 마법적인 요소도 전혀 없는 두려움.
우리는 어떤 윽미에서도 이중적이거나 흐릿하거나 평행하지 않았다. 나는 명확함을 찾을 수 없었다. 어떤 패턴도, 어떤 출구도 찾을 수 없었다.
p. 132
📌 나는 기분이 찾아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슬픔이 찾아왔고, 조금의 어둠이 내 생각속으로 스며들었다. 어떤 그림자 같은 것들, 그러나 아주 약한 들뜸만으로도 가볍게 팔랑거릴 듯한 그림자들. 침대로 돌아와 누웠을 때 나는 그 알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슬픔에 잠겼고, 그 바로 다음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용하고 머뭇거리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은 내가 우스운 것인지 세상이 우스운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웃음이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거나 장난스러운 짓에 휘말렸을 때처럼 문득 스스로를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결국 그 우스움 속으로 나 역시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에 터져 나소는 웃음 말이다.
p. 149
📌 나를 비틀거리게 하는 것은 상실이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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